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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Aug 19. 2022

머리를 '띵'하게 만든 이야기?

독서모임 트레바리에는 모임을 마무리할 때 하는 공식 질문이 있다. 바로 "오늘 모임에서 머리가 띵! 했던 순간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이다.


진행과 관련해서는 모임장에게 재량권이 있기에 내가 모임장으로 진행하는 모임을 비롯하여 상당수의 모임에서는 해당 질문을 하지 않는데 가끔씩 FM(철저하게 원리원칙을 지키며)대로 해당 질문을 하는 모임들이 있다. 내가 최근에 참여한 마케팅 모임도 그중 하나였다.


내가 진행하는 <마케팅-뷰자데> 1기가 끝이 나고 한동안 마케팅 관련 모임을 나가지 않다가 오랜만에 마케팅 모임에 참여를 하니 재밌어서 나도 모르게 평소보다 많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다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마지막에 참여자 중 몇 분이 내가 했던 말을 '머리가 띵! 했던 순간'으로 꼽아주셨다. 나에게는 꽤나 익숙한 내용이었는데 타인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띵!했던 순간으로 꼽힌 이야기를 글로 정리해보고자 한.



1. 모나리자가 유명해진 이유?


Leonardo Da Vinci : Mona Lisa. 사진 출처: britannica.com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작품 10개를 꼽으라고 하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무조건 들어갈 것 같다.


대학생 시절 유럽 배낭여행을 할 때 나는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모나리자를 보겠다는 일념 하에 루브르 박물관에 갔다. 미알못(미술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큰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가 어디 있는지 아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는 동아시아 관광객들을 따라가면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나리자 찾으러 가는 길에 수많은 미술작품을 거의 눈길 한 번 주지도 않은 채 지나쳐버린 내가 원망스럽다)


장히 빠른 시간 내에 도착한 그곳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의 예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소박한 크기의 모나리자가 위치해있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작은 작품은 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유명한 걸까?



그리고 알게 된 사실은 모나리자가 지금의 위상을 갖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바로 '그것이 도둑맞은 사건'이었다.


"모나리자"는 도둑맞기 전까지는 예술계 외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 작품을 1507년에 그렸는데 비평가들이 그것을 르네상스 회화의 걸작이라고 칭한 것은 300년도 지난 1860 대경에 이르러서였다. 그리고 이러한 비평가들의 평가조차 프랑스 지식인들 외에는 잘 모르는 이야기였다.

루브르가 "모나리자"를 도둑맞았음을 알리자마자 전 세계의 신문사들은 앞다투어 사라진 걸작에 대한 헤드라인 뉴스를 냈다.

- NPR Staff, "The Theft That Made The 'Mona Lisa' A Masterpiece", 20110730 중 -
* 본인 번역


만약 도둑들이 "모나리자"가 아닌 다른 작품을 훔쳤다면 지금의 "모나리자" 자리에 다른 작품이 와있지 않을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현재 대중들이 눈길도 주지 않는 작품이고 모나리자는 예술가들만 추앙하는 작품이지는 않았을까?



2. 나스닥에 상장까지 하게 된 화장품 회사의 비결?


사진 출처: reuters.com

지인의 소개로 중국의 한 화장품 관련 스타트업 대표를 만나게 되었다. 그 대표는 '중국어를 할 줄 알면서' '한국의 대기업에서 마케팅을 해본' 사람을 찾고 있었고 내가 그 기준에 얼추 맞았던 것이었다. (그 당시 나의 중국어 수준은 중국에서 겨우 생존할 수 있을 정도의 초보 수준이었다)


당시에 마침 회사를 그만두고 자유를 즐기던 시절이었기에 여행도 갈 겸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중국을 가기로 했다. 그러나 나의 가벼운 마음과는 달리 회사의 대표는 비서까지 대동하여 리무진을 타고 공항에 나를 마중 나왔다. 회사에 방문해서 팀원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너무나도 융숭한(?) 도시 투어와 식사대접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일정 후 그는 진지하게 본인의 사업에 대한 비전 나에게 들려주었는데 수많은 말들 중 가기억남는 문장은 다음이었다.


중국에는 아직도 단 한 번도 화장을 하지 않은 여성들이 많습니다. 나는 그들 모두에게 내가 만든 립스틱을 손에 쥐어줄 것입니다. 그것이 제 목표입니다.


화장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화장품을 판다니! 뭔가 심봉사가 눈을 떴다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한 스타트업 대표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 대표가 성공할 것 같다는 강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나는 성공보다는 자유를 구했기에 최종적으로 그 회사에 합류하지 않았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그 회사가 성공적으로 '나스닥'에 상장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되었다.



모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위에서 말한 두 가지서로 연관성이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굳 공통점을 뽑자면 '관점의 변화'가 아닐까 싶다.


모나리자는 루브르 박물관의 '수많은 작품 중 하나'에서 '도둑맞은 단 하나의 작품'으로, 내가 만난 중국의 스타트업 대표는 고객을 '화장품을 바르는 사람'이 아닌 '바르지 않사람'으로. 둘 다 획기적인 관점의 변화로 각기 명성과 성공을 얻게 된 것이다.


결국 사람들의 머리를 '띵'하게 만드는 것은 '관점의 변화'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11


Photo by Alessandro Bianch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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