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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Oct 18. 2022

카카오 먹통 사태와 송양지인


카카오가 주말 내내 먹통이었다.


이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독점의 폐해를 이야기하는 정치인도 있고, 안 그래도 많이 떨어진 카카오 주가가 나락을 가겠다고 걱정하는 투자자도 있고,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하느라 불편을 넘어 피해를 봤다고 이야기하는 소비자도 있다. (매일 글쓰기를 하는 나의 경우 브런치를 2일 동안 쓸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불편함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것을 기회로 본 기업도 있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네이버가 있었다.


사진 출처: 네이버



네이버는 카카오톡의 대항마인 메신저 서비스 '라인'을 네이버 메인화면에서 대대적으로 광고를 했고, 앱스토어에서는 카카오가 서비스하는 지도, 택시, 대리운전 등의 경쟁사 앱(Application)이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카카오가 약점을 보인 순간 수많은 업체가 일시에 공격을 가한 것이다.



사진 출처: 구글 Play 스토어



누군가는 이러한 기업들의 모습을 보며 공정한 경쟁을 넘어선 자본주의의 추악한 민낯이라고 말하고 다른 누군가는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위한 영리한 전술이고 이를 통해 카카오도 반성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누구의 의견이 옳은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이번 사태를 보며 '송양지인'이라는 고사가 떠올랐다.


송양지인(宋襄之仁)

송나라가 먼저 진을 치고 기다릴 무렵 초나라 군사가 강을 건너기 시작하자 공자 목이가 즉시 공격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양공은 “상대가 미처 준비를 하기 전에 기습하는 것은 인(仁)의 군대가 할 일이 아니다.” 하며 공격을 반대했습니다. 이어 초나라 군대가 강을 건너 진을 치기 시작하자 다시 공자 목이가 공격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때도 양공은 같은 이유로 공격 명령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초나라 군대가 전열을 갖추자 그때서야 공격 명령을 하달했고, 병력이 약한 송나라는 대패하고 말았으며 양공 또한 부상을 입은 후 병세가 악화되어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 [네이버 지식백과] (고사성어랑 일촌 맺기, 2010. 9. 15., 기획집단 MOIM, 신동민) 중 -


카카오 먹통 사태 때 기업들이 보인 모습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듯, 목숨이 오가는 전쟁에서도 공정한 경쟁을 추구했던 송양공에 대해서도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린다. 명분을 추구하다 실리를 잃은 어리석은 지도자의 표본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어진 사람의 표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맹자와 같은 사람도 있었다.


송양공이 네이버의 CEO였다면 카카오 먹통 사태 때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을 것이다. 카카오가 회복할 때까지 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전쟁에서 패배했듯 네이버가 내리막길로 가는 시작점이었을지 아니면 ESG 경영(재무뿐만 아니라 비재무적인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 또한 고려하는 경영방식)을 지지하는 소비자의 의식 변화에 따라 네이버가 한 단계 더 높이 도약하는 계기였을지는 모르겠지만.


네이버를 비롯한 카카오의 경쟁사들이 이번 사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는 모르겠으나, 송양지인도 생각해보았으면 어땠을까 싶기는 하다. 그것이 과속을 방지하는 브레이크로 작용할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즉 이 기회를 활용해야만 했다면 노골적으로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 소비자에 대한 공감을 먼저 표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자본주의가 치열한 경쟁을 허락하는 주된 이유는 결국 소비자를 위함이니까 말이다.


이번 사태에 송양지인 딱 반 스푼만 넣었다면 어땠을까?



P.S.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크리에이터 또한 깊이 생각해볼 점이 있다. 플랫폼도 반드시 분산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만약 유튜브가 먹통이 되었다면 그것으로만 먹고사는 유튜버는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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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Mark König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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