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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Oct 17. 2022

2000억 브랜드의 슬로건을 개발하며 느낀 점


내가 컨설팅과 마케팅을 담당했던 브랜드는 지속적으로 지켜보는 편이다.


일을 하다 보면 정이 들기도 하고, 제안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해서 여러모로 자연스레 관심을 갖고 보게 된다. 애정, 관심, 응원의 삼박자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에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다가 2019년에 컨설팅을 했던 CJ ENM의 '더엣지'라는 브랜드의 새 게시물을 보게 되었다.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더엣지' 페이지


컨설팅 내용을 밝힐 수 없어서 자세히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그 당시 제안드린 대로 브랜드를 잘 운영하고 계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기쁜 것은 지속적으로 성장을 해서 주문금액이 2,000억 원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CJ온스타일은 지난 2011년 처음으로 자체 패션 브랜드 더엣지를 론칭했다. 2018년 패션 브랜드 중 최초로 연 주문금액 1000억원을 돌파했으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CJ온스타일 히트상품 1위에 올랐다.

그동안 더엣지는 편하고 트렌디하게 오늘을 스타일링 해주는 컨셉으로 캐주얼룩부터 포멀룩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제품들을 선보여왔다. 지난해 출시한 상품 수도 70여종으로 CJ온스타일의 다른 패션 브랜드 평균보다 2~3배 정도 많다. 더엣지는 지난 한해 동안 주문 금액이 2000억을 넘는 메가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 심영범, "[PB전략 매출강타] ③ 롯데홈쇼핑 ‘LBL’ 안착...CJ온스타일, 영역 확장", 뷰어스, 20211213 중 -


컨설팅을 통해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물론이고 소비자가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슬로건' 또한 제안드렸는데 그것이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Every Stylish Moment'이다. 해당 슬로건은 더엣지에서 이미 4년 넘게 사용하면서 브랜드의 한 부분이 되었기에 창작자인 나의 의도를 이곳에서 밝히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고 또한 CJENM과 협의되지 않은 부분을 밝히는 것 또한 부적절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생략하고자 한다. 다만 이 슬로건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정도는 가볍게 밝혀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컨설턴트와 마케터(이하 마케터)가 고려해야 할 대상은 크게 두 그룹이 있다. 바로 기업의 의사결정권자와 최종 소비자다. 마케팅의 정의에 따르면 고려대상은 오로지 '소비자'이지만 실무는 그렇게 단순하게 굴러 않는다. 의사결정권자의 동의를 얻은 메시지만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즉 의사결정권자는 브런치 글쓰기에 비유하면 '발행'과도 같은 존재다. 아무리 글을 열심히 쓰고 저장을 해도 '발행'을 누를 수 없다면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글이 돼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마케터는 일식(Solar Eclipse)을 노려야 한다. 달(의사 결정권자)과 해(소비자)가 일직선상에 놓이는 그 지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일식과 월식. 사진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일식의 순간을 겨냥하기 위해서 마케터는 스스로의 '창의성'에 함몰되서는 안 된다. 그러나 많은 마케터는 창의성의 함정에 빠지곤 한다.


많은 마케터는 세상을 뒤집을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꿈꾼다. 그리고 대중이 마케터라는 직업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상당수도 '창의성'과 관계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마케팅에서 마케터 '본인'이 중심이 되려다가 창의성의 함정에 빠지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쉽게 말해 소비자를 위한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본인을 위한 예술을 하는 것이다.


나 또한 사회초년생일 때 이러한 예술을 하려고 했다. 그때마다 나를 예술에서 끄집어내어 마케팅을 하게 도와준 사람이 그 당시 의사결정권자들이었다. 의사결정권자는 대부분 최종 책임자이고 최종 책임을 진다는 말은 매우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마케터의 이상을 끊임없이 일상이라는 땅으로 끌고 내려오는 존재가 의사결정권 자다.


물론 마케터의 입장에서 이러한 의사결정권자는 굉장히 불편한 존재이다. 그들만 없다면 세상을 놀라게 할 멋진 마케팅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으니 말이다.(때로는 이 말이 맞을 때도 있다) 그러나 그들도 또 하나의 '소비자'라는 점을 생각하고 일을 해야만 '의사결정권자'와 '최종 소비자'가 일직선상에 놓이는 일식의 지점을 겨냥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발휘할 수 있는 최대의 독창성을 끌어내는 것이 실무를 하는 마케터의 역량이기도 하다.


이러한 면에서 'Every Stylish Moment'는 그 당시 내가 일식의 순간에 발견한 최선의 슬로건이었다. 그리고 그 증거는 4년 넘게 이 슬로건을 지속적으로 쓰고 있는 더엣지라는 '브랜드'와  2000억 원이라는 숫자로 반응을 보여준 '소비자'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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