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상으로 원데이 컨설팅 및 강의를 할 때 빈번하게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고객이 늘지 않는데 어떻게 해요?"이다.
나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바로 답을 하기보다는 질문을 한다. 고객을 늘리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럼 십중팔구 '매출이 감소하거나 정체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답이 나온다. 즉 질문을 하는 분들은 대부분 '문제'에 대한 '원인'을 스스로 판단해서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전문가의 역할은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원인만 잘 파악해도 해결책은 생각보다 쉽게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쩌면 전문가의 역량은 해결책 제시보다 원인 파악에 달려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의뢰인이 자의적으로 원인을 파악해서 그에 대한 해결책을 요청하게 되면 대부분 그 결과가 좋지 않다. 원인 파악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뢰인이 해야 할 일은 '원인 파악'이 아니라 '문제 구체화'이다. 매출이 줄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언제부터' '특히 어떤 상품 혹은 서비스가' '어느 정도의 규모로' 등과 같이 매출이 어떻게 줄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해 전문가에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 문제가 구체적일수록 전문가는 더 정확하게 원인을 파악할 수 있고 그에 따른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업종과 상황에 따라 매출이 감소하는 원인은 너무나도 다양하지만 크게 구분해보면 '고객 수감소' '구매빈도 감소' '객단가 감소'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만난 대부분의 자영업자는 '매출 감소 = 고객 수 감소'로만 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인 해결책밖에 나오지 않고 결과도 당연히 좋지 않았다.
최근 나에게 이러한 질문을 한 클라이언트의 경우 고객의 숫자는 적었으나 단골이 많았다. 마치 열렬한 소수의 팬덤을 보유한 인디밴드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내가 제안한 해결책은 신규 고객을 늘리는 마케팅이 아닌 기존 고객이 자주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고 관련 프로모션을 진행하라는 것이었다. 치과를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치과를 1년에 한두 번밖에 가지 않는다. 그래서 치과에서 매출을 늘리고 싶다면 대부분 신규 고객 유치만 생각하게 되는데 다른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바로 기존 고객이 자주 구매할 수 있는 '치약'과 '치실'같은 상품이나 관리 서비스를 개발하여 판매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고객의 숫자는 늘어나지 않지만 그와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다. 1년에 1000명의 고객이 한 번씩 방문하는 것과 500명의 고객이 2번씩 방문하는 것은 매출 측면에서 같기 때문이다(객단가가 모두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관광지에서 기념품을 판매하는 사람의 경우 매출이 감소할 때 위와 다른 원인과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관광지에 오는 사람의 숫자는 자영업자가 어찌할 수 없다. 세계경제상황, 관광지의 선호도 등과 같은 거시적인 변수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고객의 구매빈도를 높일 수도 없다. 대부분 한 번 오고 말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경우 객단가를 높이는데 집중해야 한다. 한 번 방문한 고객이 조금 더 많이 살 수 있게 하거나 조금 더 비싼 상품을 살 수 있게 상품 구색을 갖추고 프로모션을 진행함으로써 말이다.
위 두 가지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시피, 같은 문제라 하더라도 원인에 따라 그 해결책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열쇠라는 것은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한번 강조하면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일단 문제를 최대한 구체화해야 한다. 그래야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