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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Oct 08. 2022

도대체 왜 MZ MZ 하는가?


내가 만난 Z세대 중에서 MZ라는 말을 좋아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한 모임에서 제발 MZ라는 말을 생각 없이 쓰지 말아 달라고 말하는 Z세대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녀는 MZ라는 말 자체가 트렌드 하지도 명확하지도 않다는 이유와 함께 MZ세대라는 말이 왜 터무니없는지를 구구절절이 밝혔다. 마치 궁예가 "지금 누가 MZ소리를 내었는가?" 하며 근엄하게 꾸짖듯이 말이다.


KBS 드라마 '태조 왕건' 중. 사진 출처: 조선일보


안타깝게도 브랜드 컨설팅 및 마케팅을 하는 입장에서 MZ세대라는 말은 쓰고 싶지 않아도 쓸 수밖에 없는 말이다. 우리에게 컨설팅 및 마케팅을 의뢰하는 대부분의 40~60대 대표님들이 "MZ세대에게 먹힐만한 것을 해주세요!"와 같은 요청을 하기 때문이다. 그분들에게 MZ세대라는 용어의 부정확함을 이야기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 그 용어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그분들의 요청을 제대로 이해했고 또한 그에 대한 해결책을 명확히 제시한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는 MZ세대라는 용어를 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MZ세대라는 말을 좋아하지도 크게 동의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왜 Z세대가 그렇게도 싫어하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다.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1. 너무 큰 묶음


@@세대라고 지칭하며 분석하는 것은 일종의 코호트 분석이다.


코호트(Cohort)

오늘날의 소대나 중대처럼 고대 로마 군대의 세부 조직 단위를 일컫는 단어다. 이들은 함께 훈련하며 생활하고 전쟁하는 과정에서 높은 내부적 동질성을 갖는다.

사회학에서는 같은 시기를 살아가면서 특정한 사건을 함께 겪은 사람들의 집합을 코호트라 부른다. 하나의 코호트는 같은 시대의 역사적 사건들을 함께 겪고 공동의 문화를 향유하면서 비슷한 가치체계와 태도, 믿음을 공유하게 되므로, 소비자로서의 동질성 역시 높다고 봐 시장세분화 단위로 활용한다.  

- [네이버 지식백과] (한경 경제용어사전) 중 -


위 정의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같은 시기를 살아가면서 특정한 사건을 함께 겪은 사람들의 집합'이 코호트인데 MZ는 이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세대를 구분하는 연도는 나라마다 그리고 연구기관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략적으로 M세대(밀레니얼 세대)는 1980~1994년 출생자, Z세대는 1995~ 2005년 출생자를 가리킨다. 그런데 MZ세대에서 최고령인 1980년생과 최연소인 2005년생을 같이 묶어서 이야기하는 것만 봐도 MZ세대라는 말의 문제점이 쉽게 드러난다.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와 X세대(1964~1979)를 묶어서 베X 혹은 베부X 세대라고 이야기하지 않았고, X세대와 M세대를 묶어서 XM세대라고도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M세대와 Z세대를 묶어서 MZ세대라고 이야기할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렇게 해야만 절대 소비량이 유의미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이를 좀 풀어서 이야기해보겠다.


모든 세대는 20대일 때 소득 대비 가장 높은 소비 성향을 보인다. 그리고 20대는 트렌드를 이끌면서 생애가치(Life Time Value: 고객이 평생에 걸쳐 구매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 흐름에 대한 현재 가치) 또한 높기 때문에 기업들이 가장 주목할 수밖에 없는 세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M세대와 Z세대는 기존 세대에 비해 소득도 높지 않은 데다가 심지어 인구 자체도 적다. 그렇다 보니 이 둘을 묶어야만 기업에서는 매출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유의미한 타깃이 되지 않나 하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자 추측이다.


2020년 기준 MZ세대는 16,299천 명으로 총 인구의 32.5%를 차지하며, M세대는 10,330천 명(20.6%), Z세대는 5,969천 명(11.9%)입니다.

- "MZ세대가 사는 법", 통계청, 2022 -

* 같은 해 기준 X세대는 1259만 명, 베이비부머 세대는 767만 명이다. 자연 인구 사망률을 생각해보았을 때 M세대와 Z세대는 기존 세대에 비해 숫자가 적다.


요약하자면 MZ세대라는 묶음은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한 지극히도 공급자 중심적인 용어인 것이다.



2. 내가 아닌 남이 판단하는 나


최근 몇 년 동안 MBTI 열풍이 이렇게 거세게 불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그것을 정확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MBTI는 '내가 판단하는 나'를 잘 정리해놓은 것이기 때문에 본인은 정확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결과가 객관적으로 틀렸을지언정 본인이 봤을 때는 맞을 수밖에 없는 일종의 자기 충족 예언적(?) 검사다.


세대 구분은 이와 반대다. 일반적으로 규정이 되는 세대가 스스로 특징을 정리하는 것이 아닌 기성세대가 신세대를 관찰하고 특징을 정리하는 구조다. 그렇다 보니 "네가 뭘 안다고 나를 규정해?"와 같은 반발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반발심에 더 큰 기름을 붓는 것은 기성세대가 세대 구분을 공부하고 나서 그것이 신세대에 속하는 모든 사람의 절대적 특징 인양 넘겨짚고 판단하는 것이다. X세대 같은 Z세대도 있고, 베이비부머 세대와 비슷한 기질의 M세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런 면에서 모든 세대 구분은 해당 세대의 필연적인 반발을 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물론 세대 구분에 문제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사람들의 지역적 특성의 차이는 줄어들고 세대적 차이가 더 커지고 있고 100%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에 대해 어렴풋한 스케치를 그리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세대 구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앞으로도 이러한 세대 구분과 분석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가 아니면 MZ세대라는 말은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당사자뿐 아니라 나 또한 크게 납득하지 못하니까.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11


Photo by Martin Sanchez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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