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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Oct 05. 2022

2500억으로 증명한 '길거리 똑똑이' 마케팅

<쥬비스 미라클>을 읽고


'Book Smart'와 'Street Smart'라는 개념이 있다. 거칠게 번역하면 '책 똑똑이'와 '길거리 똑똑이'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책 똑똑이'는 말 그대로 책과 같은 매체를 통해 타인의 경험과 지식을 간접적으로 접하면서 똑똑해진 사람이고, '길거리 똑똑이'는 본인이 모든 경험을 직접 해보면서 똑똑해진 사람이다. 전자는 불이 뜨거운지 머리로 아는 사람이고, 후자는 불이 뜨거운지 데어 보고 아는 사람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책 똑똑이'의 방대한 지식과 화려한 언변에 쉽게 끌리곤 했다. 세상 만물에 통달한듯한 그들의 음성은 흡사 수많은 선원을 매료시켜 죽음으로 이끈 세이렌(Siren: 상반신은 여성 하반신은 새의 모습을 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생명체)의 음성과도 같았다. 일단 그들의 말을 듣는 순간 나의 판단력은 죽고 그들의 말은 진리로서 내 머릿속에서 생생히 살아났다. 비판적 사고는 사라지고 맹목적 추종만이 남는 것이다.


고객을 유혹하는 스타벅스의 '세이렌'. 사진 출처: 스타벅스 공식앱


하지만 나의 독서량이 늘어남에 따라 '책 똑똑이'에 대한 끌림과 환상은 빠르게 사라져 갔다. 그들의 지식의 원천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그들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또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그럴싸한 말들은 얼마나 덧없는지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내 '길거리 똑똑이'에 더 끌리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길거리 똑똑이'의 정리되지 않은 날 것의 지식과 언변이 멋있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뒤늦게 그들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그들은 치열하게 증명한 것을 말하고 있었고, 그곳에는 책으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살아있는 지식이 숨 쉬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내가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영역'으로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마케팅 업계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느낀 점은 이곳에는 '책 똑똑이'를 넘어 '헛 똑똑이'가 많다는 것이었다. 말만 들으면 마케팅을 줄줄이 꿰고 있는 것 같으나 실무는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사람, 커리어는 화려하나 본인이 직접 진행한 프로젝트는 별로 없는 사람 등등. 증명한 것은 그다지 없이 보이는 것만 그럴싸한 사람들이 많았다.(이쯤에서 자기반성도 해본다) 그리고 서점에는 이러한 사람들이 쓴 책이 가득했다. 반대로 '길거리 똑똑이'가 쓴 마케팅 책은 쉽게 만나기 힘든 진귀한 존재였다.


그러다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마케팅 전문가는 아니지만 산전수전을 겪어가며 효과적인 마케팅을 찾아낸 그리고 를 통해 회사를 2500억 원의 가치로 만들어낸 쥬비스 다이어트의 조성경 대표를. 그녀는 그야말로 증명한 바를 말하는 마케터였다. 그래서 그녀가 쓴 <쥬비스 미라클>은 나에게는 너무나도 반갑고 값진 책이었다.


https://url.kr/kqzvu5



마케팅 전문가가 쓴 일반적인 마케팅 책과는 다르다 보니 <마케팅-뷰자데>의 책으로 선정함에 있어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트레바리 운영진은 이 책을 마케팅 전문서적으로 보기에 다소 어렵다는 의견과 함께 다른 책으로 변경해주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나는 이 책만은 절대 양보할 수 없었다. 멤버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길거리 똑똑이'의 마케팅 책이었기에 평소와 다르게 내 의견을 강력하게 고수했고 가까스로 <마케팅-뷰자데>의 두 번째 책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모두를 위한 마케팅 책이다. 특히 생존을 위해 즉각적인 매출이 필요하지만 많은 마케팅 비용쓸 수 없는 자영업자와 1인 기업 대표에게는 더더욱. 대기업이나 할 수 있는 마케팅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해볼 수 있는 소소한 마케팅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핑크는 창업 초기부터 20년 가까이 일관되게 고객에게 인지시킨 쥬비스의 대표 컬러다.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컬러 마케팅' 성공 사례이기도 하다. (...) 보통 갑자기 살이 찐 여성들은 검정색 옷으로 몸을 가리는 데 집중한다. 검정색이 날씬해 보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가게를 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회색, 검정색 옷만 입고 오는 고객님들에게 핑크색 옷을 입게 해주고 싶다는 나만의 작은 결심을 한 적이 있다.

(...)

나는 가게 안에 신발장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 신발장이 없으면 10명만 들어와도 입구가 꽉 찬다. 그래서 처음 상담을 하러 온 손님들은 가게 문을 열자마자 제일 먼저 "여기는 뭔데 이렇게 사람이 많아?"하고 놀란다. 그러면 "살이 잘 빠져서 사람이 많아요."라고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 또 빼곡하게 꽂혀 있는 차트들을 잘 보이게 꺼내놓는 방법도 효과가 있었다. 물론 처음 몇 개월은 그렇게 할 수 없었지만 고객 수가 많아진 후에는 일부러 고객 차트를 안내데스크 바로 옆에 꽂아두었다.

- 조성경의 <쥬비스 미라클>(쌤앤파커스, 2022) 중 -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큰돈을 들여야만 좋은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 글을 계속 읽어온 분들은 지겨울 수도 있지만 마케팅은 결국 '고객'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깊게 고민하면 조성경 대표처럼 큰돈이 들지 않는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


또한 독자들이 그녀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스스로 비싼 수업료를 내고 깨달은 실패담도 공유하고 있다.


그 이후에 성공한 마케팅은 가수 노유민 님을 모델로 한 연예인 마케팅이었다. 일단 비포 & 애프터 사진이 시각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방송인 유재환 님도 살을 빼고 완전히 리즈 시절로 돌아간 겨우여서 큰 이슈가 됐다. (...) 체중이 많이 줄어들더라도 대중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비호감(?) 연예인은 광고효과가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기업이나 브랜드도 다르지 않다. 한 번 비호감이 된 브랜드는 무슨 수를 써도 호감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것, 그게 진짜 무서운 것이다.

(...)

라디오 광고를 했던 이유는 남성 고객, 특히 운전하는 남성 고객에게 접근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실패했다. 우리는 비용(투자) 대비 3배 이상을 거둬들이지 못하면 실패라고 보는데 라디오 광고가 그랬다. (...) 다이어트 서비스는 어쨌든 시각적으로 귀로 듣기만 하니까 아무리 우리 서비스가 좋다고 외쳐도 자극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 남자들은 시각이, 여자들은 청각이 더 발달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남자들은 소리로 들은 것보다 눈으로 본 것을 더 잘 기억한다

- 조성경의 <쥬비스 미라클>(쌤앤파커스, 2022) 중 -


성공과 실패는 고정적이지 않다. 성공으로 인해 안주하고 정체된다면 성공은 실패의 씨앗이고, 실패로부터 가치 있는 교훈을 얻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실패는 성공의 씨앗이 되니까 말이다. 그녀도 실패의 경험을 통해 더 큰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한 클라이언트의 사무실에 붙어있던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현수막이 떠올랐다. 이처럼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마케팅 답을 원한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하는 바다. 2500억 원으로 증명한 '길거리 똑똑이'의 책을 말이다.



P.S. 물론 세상에는 100% '책 똑똑이'와 '길거리 똑똑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양 극단 사이 어딘가에 위치할 테니 말이다. 다만 이 글에서는 쉬운 이해를 위해 이 둘을 극단적으로 나누었다 점을 참고 바란다.  '책 똑똑이'와 '길거리 똑똑이'는 그 나름의 장단점이 있기에 이 둘의 균형 잡힌 사람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나 또한 이를 위해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길을 걷는 '독만권서(讀萬卷書) 행만리로(行萬里路)'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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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Daniele Colucc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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