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시조 아담(Adam)이 이름이고 새로운 인간을 의미하는 뉴맨(New Man)과 비슷한 발음인 뉴먼(Neumann)이 성인, 최초의 인간이자 새로운 인간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위워크의 창업자 아담 뉴먼(Adam Neumann)이다.
아담 뉴먼. 사진 출처: Times.com
사진 출처: 네이버
최근 아마존에서 책을 보다가 눈에 확 꽂히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억만장자 패배자>로 번역할 수 있는 <Billion Dollar Loser>였다. 이 책은 바로 아담 뉴먼이 어떻게 실패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는 엄청난 규모의 재정손실과 기업공개(IPO) 무산 등으로 쫓겨나다시피 본인이 세운 위워크를 떠났다)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녀)가 말하는 모든 것이 성공의 요인으로 보인다. 이와 마찬가지로 실패한 사람의 이야기는 모든 것이 그래서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모두 결과론적인 이야기다. 악독한 사람이 성공하면 악독하게 보일 정도로 치열하게 일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말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악독하니까 망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이다. 즉 결과를 두고 했던 일을 꿰어 맞추는 식이다.인간의 합리화는 이런 식으로 빛을 발한다.
성공과 실패의 요인을 구분하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 먼저 성공과 실패에는 논리적인 이유뿐만이 아니라 운이 크게 작용한다. 쉽게 생각해보자. 뛰어난 재능을 갖추고 태어난 사람이 엄청난 노력을 한들 전쟁으로 생존조차 힘든 나라에서 태어나거나, 혹은 조선시대에 천민으로 태어났다면 어쩌겠는가? 이처럼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와 같은 대운 뿐만 아니라 쉽게 체감하지 못하는 작은 운들은 끊임없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우리는 살아남은 사람의 이야기만 듣는다. 수많은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즉 성공한 사람이라 불리는 사람에게만 펜과 마이크가 주어지다 보니 균형 잡힌 시각으로 성공과 실패를 보기 힘들다. 실패한 사람도 성공한 사람과 동일한 전략으로 동일한 노력을 했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알기 힘들다. 실패한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이렇게 실패한 사람의 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놓은 책이 <Billion Dollar Loser>이다. 심지어 아담 뉴먼은 억만장자이면서 실패한 사람이다. 그만큼 희소하고 가치 있는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성공과 실패의 요인을 구분하지 않으려 했다. 사실 그러고 싶어도 그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새옹지마(塞翁之馬: 새옹의 말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길흉화복은 계속 변함을 뜻함)라는 말처럼 초반에 엄청난 성공을 가져온 것이 나중에 큰 실패를 가져온 것으로 보였으니 말이다. 성공과 실패는 흡사 동전의 양면 같았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책에 나온 내용들을 성공했다면 받았을 그럴싸한 포장과 지금처럼 실패했기 때문에 받는 지적을 섞어서 표현해볼까 한다. 해석은 여러분에게 맡긴다.
차별받는 유대인 혹은 대우받는 유대인
1. 아담 뉴먼은 어린 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워 한때 키부츠(kibbutz: 이스라엘의 생활공동체로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음)에서 살았다. 그는 그곳에서 같은 돈을 받으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농땡이 피우는 사람을 보며 생각하게 된다. "공동체를 만들자. 각자가 노력한 만큼 먹고살 수 있는 공동체를"
2. 그는 유대인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인맥을 소개받을 수 있었고, 다른 공유오피스 설립자들이 자금난으로 허덕일 때 친구와 가족을 통한 투자만으로 7백만 달러(약 1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거짓말쟁이 혹은 달변가
1. 그는 위워크의 전신인 그린데스크(Green Desk)를 만들기 전에 공유오피스라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말로 '공유오피스'라는 비즈니스 형태를 스스로 생각해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이었다. 그는 그린데스크를 설립하기 전에 대학 동기를 통해 공유오피스를 알게 되었다. 심지어 친구로부터 공유오피스 비즈니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2. 위워크가 지점이 하나도 없는 그저 아이디어로만 존재할 때 아담 뉴먼과 공동창업자 미겔 맥켈비는 초기 투자자에게 위워크의 가치를 4500만 달러(약 630억 원)라고 말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이다. 투자자는 그들의 말을 일말의 의심 없이 질문도 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였다.
3. 아담 뉴먼은 뉴욕 데일리 뉴스(New York Daily News)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는 'I'의 시대였습니다. iPhone, iPad와 같이 말입니다. (...) 향후 십 년은 'We'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자세히 보면 우리는 이미 이러한 거대한 변화 속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신생기업인 위워크를 세계 최고의 기업인 애플과 같은 선상에 놓는 영리한 마케팅을 했다. 위워크라는 이름을 그가 지은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위워크라는 이름을 생각해낸 건 아담 뉴먼에게 훗날 그의 부인이 되는 리베카를 소개해준 핑켈스타인이었다)
4. 그는 단 12분간의 미팅을 통해 손정의가 이끄는 소프트뱅크와 비전펀드로부터 40억 달러(약 5조 6천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낸다. 그 당시 손정의도 비전펀드의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회사를 열심히 찾고 있던 중이었으니 타이밍이 매우 좋았다.
악독한 대표 혹은 효율적인 경영자
1. 아담 뉴먼은 투자자에게 본인의 회사가 얼마나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운영되는지를 "우리 회사 직원들은 대부분 20대고 그래서 쥐꼬리만큼 월급을 줘도 괜찮다"와 같은 말과 함께 설명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위워크의 20대 직원들도 있었다.
2. 여성 지원자를 면접할 때 근시일 내에 결혼할 생각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남성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내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다. 휴가 없이 회사에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사람들만 뽑은 것이다. 아담 뉴먼 본인도 그의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조차 거의 쉬지 않고 일만 했다.
3.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약 14조 원)에 달했을 때도 사무실을 청소하거나 관리하는 인력들에게 시급 11달러만 지급했다. 그 당시 뉴욕에서 다른 회사들은 평균 20달러의 시급과 함께 추가적인 혜택까지 제공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4. 월요일마다 퇴근 후 TGIM(Thank God It's Monday) 행사를 진행했고 전 직원에게 참여를 강요했다. 직원들은 아담 뉴먼의 훈시를 듣고 돌아가면서 술을 거나하게 마신 후 늦게까지 야근을 해야만 했다. 아담 뉴먼은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한다고 생각했고, 직원들은 월요병을 넘어 월요술병까지 겪을 뿐이었다.
책을 읽다보면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고개를 절레절레할 정도로 아담 뉴먼의 기행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런 아담 뉴먼도 끝까지 성공했다면 모든 것이 좋은 쪽으로 포장되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부하 직원들을 혹독하게 쥐어짜 내는 행위가 현실왜곡장(Reality Distortion Field)이라는 멋진 이름으로 포장되었듯이 말이다. 그가 엄청난 성공 가도를 달리긴 했지만 결국 실패했기에 이처럼 꽤나 비판적인 책이 나왔고 우리는 그를 통해 성공과 실패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짐 데일은 "성공으로부터는 배울 것이 없다. 오직 실패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기왕 실패에서 배울 거면 가장 크게 실패한 사람으로부터 배우면 어떨까? 바로 아담 뉴먼으로부터.
P.S. 사실 재산만 놓고 보면 아담 뉴먼이 실패했다는 말은 터무니 없을 정도다. 그는 책 제목처럼 억만장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다시 재기를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