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선생 Oct 19. 2022

선물과 마케팅의 닮은 점


내가 받은 선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비싼 목 폴라다. 좋지 않은 의미로.


개인적으로 목을 직접적으로 감싸는 모든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셔츠도 깃이 높게 올라오는 것은 피하는 편이다. 그런데 심지어 목 폴라라니... 하지만 선물을 준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서 한 번은 입어봤으나 하루 종일 신경이 쓰여 선물을 받은 것인지 벌칙을 받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지인에게 왜 그 선물을 했는지 조심스레 물어보니, 본인이 생각하기에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내가 안 입어서라는 답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본인이 목 폴라 입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말도. 선물로 받은 것이다 보니 팔 수도 없고, 그렇다고 비싼 옷을 그냥 걸어둘 수도 없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몇 번 더 입다가 어쩔 수 없이 옷장에 전시하게 되었다.


폴로 랄프로렌 목폴라. 사진 출처: 무신사


이 경험 이후 선물을 고를 때무조건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당사자가 느낄 불편함을 너무나도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받지 않는 게 차라리 나은 그러한 감정을.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선물이 존재하려면 어떤 상호관계, 반환, 교환, 대응 선물, 부채의식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라고 엄밀하게 이야기했다. 나는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주는 사람의 행복만을 위한 것은 선물이 아니고, 받는 사람의 행복이 중심에 있어야 비로소 선물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면에서 선물은 마케팅을 닮았다. 선물이 받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하듯 마케팅도 받는 사람 즉 '고객'이 중심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 말을 굳이 하는 이유는 종종 이 당연한 말을 까먹기 때문이다. 마치 선물하는 사람이 본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듯이 말이다.


예를 들어 신제품을 광고하기 위해 그에 어울리는 모델을 선정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때는 해당 제품의 장점을 가장 잘 부각할 수 있으면서 타깃 고객이 선호하는 모델을 선정해야 한다(자세히 들어가면 더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겠지만). 그런데 간혹 가다 고객은 안중에 없고 본인의 호불호만으로 모델을 선정하려는 대표 혹은 실무자가 있다. 이러한 개인적인 감정을 합리화하기 위한 이유는 뒤늦게 갖다 붙이는 식이다. 운이 좋게 개인의 호불호가 소비자의 호불호와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실패하고 만다.


이뿐만이 아니다. 광고를 제작할 때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소비자를 중심에 두고 생각해야 하는데, 본인 만족을 위한 아트(art)를 하려는 마케터 있다. 기업이 어렵게 번 돈을 본인의 예술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예술이 소비자들에게 새롭게 받아들여지면 결과적으로야 괜찮겠지만, 그 의도가 마케팅의 본질과 벗어나 있다는 게 문제다. 악의를 갖고 행동을 했는데 선의의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모든 게 무마되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선물이 그러하듯 마케팅도 받는 사람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늘 말하지만 마케팅의 중심에는 '고객'이 있어야 한다.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11


Photo by Edgar Soto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카카오 먹통 사태와 송양지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