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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Oct 20. 2022

학교는 줄어들지만 학생은 늘어난다?

 

학교가 사라지고 있다.


사진 출처: 네이버 뉴스


지방은 물론이고 서울에서도 학생이 부족해서 폐교 결정이 난 학교에 대한 소식이 들리고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그 이유는 학령인구(초등학교부터 대학교를 다닐 연령의 인구)의 감소다. 이러한 경향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바뀌기는커녕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출산율(출생률)은 0점대에 돌입한 지 이미 오래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유튜브 '슈카월드'


학교가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그와 연관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생각해봐도 학교가 사라지면 주변 상권이 즉각적으로 타격을 입게 되고 이는 소비 둔화 그리고 경기침체로 바로 이어질 수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밖에도 수많은 문제가 있을 테지만 오늘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이것이 아니다. 그리고 정부도 해결하지 못한 출산율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제목처럼 학교는 줄어들지만 학생은 늘어날 수 있음(혹은 이미 늘어나고 있음을)에 대해서다.


앞서 말한 대로 학령인구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펼치지 않는 한 이러한 추세를 전환시킬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이민정책에 대한 지지 여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학생 숫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 분도 있을 것 같다. 관점만 조금 달리하면 그 답을 볼 수 있다. 바로 전 국민이 학생이 되면 가능하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수명이 늘어나면서 그리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미 전 국민의 학생화는 빠르게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 기회를 잡으려 다양한 성인교육 플랫폼과 유튜브 채널 등이 매섭게 이 시장으로 달려들고 있다.


유튜브 '삼프로TV'의 경우 주식열풍에 따른 전 국민의 경제에 대한 관심을 적극 활용하여 경제 교육부터 성인들의 자기 계발 교육까지 다루며 덩치를 키워나가고 있고, '김미경 TV'는 기존의 성인교육업계가 놓치고 있던 기혼여성을 주 타깃으로 하여 니치 마켓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인 '클래스 101'은 단순 자기 계발뿐만 아니라 다양한 취미 클래스를 통해서 성인교육 시장의 새로운 파이를 만들어나가고 있고, 트레바리를 비롯한 다양한 독서/소셜 모임도 단순 모임 시장을 넘어 성인교육시장까지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야말로 성인교육시장은 모두가 눈독을 들이는 시장이 되었다.



구독자가 200만 명이 넘는 '삼프로TV'. 사진 출처: 유튜브
기혼여성을 주 타깃으로 하는 'MKTV 김미경TV'. 사진 출처: 유튜브



나도 다양한 모임에서 성인 대상으로 강의를 하다 보니 해가 갈수록 이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해마다 내가 강의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늘어남은 물론이고 강의료 또한 높아지고 있고, 참여들도 기존과는 다르게 2030뿐만이 아니라 많게는 70대까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성인교육 시장이 곧바로 초중고 교육 시장 크기만큼 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유튜브 채널 '언더스탠딩(삼프로TV 계열)'이 최근 이와 관련한 내용을 매우 심도 있게 다루었다.


언더스탠딩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회계하라'는 이재용 회계사가 다양한 회사의 재무제표를 보면서 회사의 문제점 및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다. 숫자로부터 이야기를 끌어내는 과정이 재밌고 신선해서 즐겨보는 편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공부 안 하는 어른 때문에 망하는 기업'편은 성인교육시장의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인상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https://youtu.be/4JOs_nkURdE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내용이 좋았지만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본 것은 이재용 회계사가 꼽은 성인교육 시장의 세 가지 한계점이었다.(위 링크를 클릭하면 전체 내용을 볼 수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사진 출처: 유튜브 '언더스탠딩'


1. 다품종 소량생산 vs 소품종 대량생산


초중고 교육시장(이하 사교육 시장)은 '국영수'라는 소품종으로 대량생산을 해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으나, 성인교육시장은 타깃이 원하는 강좌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도 그것을 원하는 사람이 소수인 그야말로 비효율적인 시장이다. 이러한 현상은 유튜브만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초중고생을 타깃으로 하는 강사는 혼자서도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으나, 성인을 타깃으로 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각계의 전문가 게스트로 초빙한다. 성인교육의 '국영수'라고 볼 수 있는 '주식'과 '부동산'채널도 예외가 아니다. 본질적인 성인교육 시장의 한계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2. 락인(Lock-in) 효과


'자물쇠 효과'로도 알려진 락인 효과는 쉽게 말해 '소비자가 일단 서비스를 이용하면 쉽게 이탈하지 못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마치 자물쇠로 소비자가 나가는 문을 잠구는 것처럼 말이다.


사교육 시장은 락인 효과가 상당하다. 학생들은 한번 등록한 학원을 잘 바꾸지 않는다. 학원 등록 시 할인을 받기 위해 6개월  등록하고 학원 교재비도 미리 결제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한 번 학원에 등록한 학생은 잘 이탈하지 않는다.(나 같은 경우 학원 친구 때문에 그만두기 힘들었다) 그와 반대로 성인들은 교육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거나 재미가 없으면 언제라도 쉽게 그만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클래스101이 구독 서비스를 론칭했는데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지켜볼 일이다.


3. 강사와 회사의 선순환 구조


사교육 시장에서는 마치 아이돌 연습생을 발굴하고 키우듯 강사를 양성할 수 있다. 신입 강사는 교육열이 낮고 회사 입장에서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부터 배정되어 실력에 따라 강남으로 이동하고 일타 강사라 칭해지면 온라인으로까지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실력에 따라 강사도 이득을 보고 회사도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이에 더해 스타강사와 인기가 덜한 강사를 패키지로 묶을 수도 있다. '국영수'를 같은 학원에서 듣는 것이 학생 입장에서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에 대부분 패키지로 수강을 하기 때문에 스타 수학강사를 보유한 학원은 인기가 덜한 국어와 영어강사의 프로그램도 같이 팔 수 있게 된다. 여러모로 강사와 회사가 선순환하는 구조다.


성인교육 시장은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힘들다. 클래스101이 신사임당 같은 스타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그의 콘텐츠와 십자수 전문가의 콘텐츠를 묶는 것에는 시너지가 발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교육 시장과는 다르게 체계적으로 강사를 발굴하고 키우는 것도 어려운 점이 많다. 고객을 모으기 위해서는 대부분이 알만한 스타강사가 필요하고, 스타강사를 유치하다 보면 이익보다 손해가 커지게 된다. 현재의 상황을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성인교육 시장은 회사가 아닌 스타강사에게만 좋은 구조다.



이러한 한계점으로 대부분의 성인교육 업체들은 적자거나 적자를 면해도 큰 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재용 회계사는 이러한 한계점을 이야기 한 뒤 우리가 참고할만한 글로벌 업체도 알려줬다. 성인교육 시장에 있는 모든 회사가 롤모델로 생각해볼 만한 두 업체다. 바로 유데미(Udemy)와 코세라(Coursera)다.


사진 출처: 유튜브 '언더스탠딩'


이 두 업체의 전략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유데미는 '공급자 극대화' 코세라는 '수요자 극대화'이다. 즉 전자의 경우 유튜버처럼 수많은 강사들이 무한경쟁을 통해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교육형 유튜브이고, 후자의 경우 명문대를 제외한 대학교를(더 정확히는 그들의 졸업증) 대체할 강력한 수료증 플랫폼이다. 두 업체 모두 방향성도 명확하고 성장성도 명확하다.


년 전에 나는 한 독서모임 대표에게 코세라와 같은 방향성을 제안한 적이 있었다(그 당시 코세라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어느 정도 독서모임에 대한 신뢰 및 인지도가 쌓였을 때 '독서모임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 및 자격증을 만들어 보는 것을 제안한 것이다. 아쉽게도 대표는 즉각적인 수익이 우선순위여서 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여전히 유요한 전략이고 많은 오프라인 플랫폼이 생각해볼 만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학교는 줄어들지만 학생은 늘어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만이 가장 달콤한 과실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의 가치를 먼저 제공하는 것은 필수다.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11




Photo by kyo azum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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