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선생 Dec 08. 2022

마케팅 모임에 웬 철학책?


독서모임 트레바리에서 두 시즌째 <마케팅-뷰자데>라는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 트레바리



타이틀이 말해주듯이 마케팅과 관련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데자뷰의 반대말인 '뷰자데(자메뷰(jamais vu)라고도 부른다)'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마케팅 업계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훌륭한 마케터의 자질 중 하나가 세상에 대한 호기심 즉 세상을 새롭게 보는 눈 ‘뷰자데’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트레바리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른 마케팅 모임을 보면 대부분 책 제목에 '마케팅' 혹은 '마케터'가 들어가거나, 세스 고딘과 같이 마케팅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의 책을 주로 읽는다. 그런데 나는 이와 다르게 가고 싶었다. '뷰자데'를 이야기하는 모임이 마케팅을 뻔하게 보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케팅 도서의 범주를 조금 더 넓게 바라보고자 했다. 단순히 마케팅 책으로 보이는 책 말고 마케터에게 도움이 되는 모든 책을 마케팅 도서로 보고자 했다. 그 극단에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라는 철학책도 있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934510


철학이 있는 마케터는 패러다임을 바꾸고, 철학이 결여된 마케터는 사기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다소 무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철학책을 굳이 네 번째 도서로 선정했다.


예상대로 트레바리 관계자는 난색을 표했다. 마케팅과는 너무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말이다. 그리고 직접적으로는 도서 변경을 요청해왔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인문/철학 도서라, 마케팅 관련 도서로 변경해주실 수 있나요?


웬만하면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이 부분은 양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마케팅-뷰자데>모임만의 차별화 요소이자 마케터에게도 철학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 책을 밀어붙였고 결국 받아들여졌다.


수많은 철학책 중에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고른 이유는 대중성이다. 철학책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대중성이 검증된 책이고, 내가 읽어보았을 때도 무겁지 않지만 얕지도 않은 적절한 철학 입문서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 명의 철학자에 대해서 깊이 이야기하는 철학책도 그리고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철학 사상을 다룬 철학사도 아닌, 삶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다양한 철학자들이 대답해주는 인문학 서적의 형식을 띠고 있어서 철학이 낯선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 하기 힘들어서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어도 무방한 책이었다.


<마케팅-뷰자데> 두 번째 시즌의 첫 모임 때 '철학책'을 선정한 이유와 만약에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양해를 부탁드린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나 나의 걱정과는 달리 많은 분이 지지를 보내왔고, 심지어 철학책이 있기에 이 모임을 선택했다는 분도 있었다.


이제 <마케팅-뷰자데> 두 번째 시즌의 마지막 모임이자 <소크라테스-익스프레스>에 대해 이야기할 모임만 남겨두고 있다. 마케터가 철학자가 되는 마지막 모임이 그 어느 때보다 기다려진다.


이 글에서 인상적이었던 구절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칠까 한다.


불행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에게 관심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 시몬 베유 -



P.S. 모임명을 따르기 위해 데자뷔가 아닌 데자뷰, 뷔자데가 아닌 뷰자데, 자메뷔가 아닌 자메뷰라고 표기했다.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11


Photo by K. Mitch Hodge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2022년 최고의 책, #나의올해의책어워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