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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Dec 11. 2022

X같은 진실

<말해서는 안 되는 너무 잔혹한 현실>을 읽고


산타 할아버지는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아기는 어린이가 되고,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 어린이는 어른이 된다.


더 정확히는 '참과 거짓'이 '선과 악'과는 다르다는 것을 지각할 때 성숙한 어른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성숙한 어른은 플라톤이 말한 동굴의 우화에 나오는 수인(옥에 갇힌 사람)처럼 눈에 편안한 그림자를 보고 진실로 여기기보다는, 눈을 멀게 만들 것만 같은 불편한 빛을 직시하는 사람일 것이다.


플라톤의 동굴의 우화. 사진 출처: en.wikipedia.org


그런데 상당수의 사람은 불편한 빛보다 편안한 그림자를 진실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특히나 그것이 나의 믿음을 깨뜨리는 속된 말로 X같은 진실이라면 말이다.


평생을 믿어왔고 혹은 바라왔던 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그것을 부정하려고 한다. 처음에는 논리적으로 반박하려고 하나 그것이 역부족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는 감정에 호소한다. 즉 진실이 '악'하기 때문에 '참'이 아니라는 반박을 말이다. '참과 거짓'을 '선과 악'과 버무리면서 무마하려고 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것은 성숙하지 못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 또한 진실이라고 믿는 혹은 진실이었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는 사람을 만나면 유쾌하지 않다. 나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을 넘어 내가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빛을 직시하려고 노력한다. 최근에 읽은 다치바나 아키라의 <말해서는 안 되는 너무 잔혹한 현실>이 나에게는 그러한 불편한 빛이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967720



이 책은 제목처럼 말해서는 안 되는 진실 혹은 주장을 거침없이 말하고 있다. 그의 주장은 빈부격차, 인종차별, 젠더갈등을 부추기는 근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수의 상식을 뒤엎고 감정을 불편하게 만드는 책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앞서 말한 대로 '참과 거짓'과 '선과 악'을 구분해야 한다. 특히나 이 책을 읽을 때는 더더욱 주의해서 말이다.


그래서 나의 '선과 악'에 대한 가치판단은 접어두고 책에서 말하는 바를 아래와 같이 직접적으로 인용해보고자 한다.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




1. 지능은 유전이고 교육은 생각보다 무기력하다.

학교 교육은 모든 아이가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요한다. 그러나 만일 지능이 유전된다면, 즉 바보 부모에게서 바보 아이가 태어난다면 아이는 노력해도 소용이 없고 교육 자체도 성립할 수 없다. 바로 그 때문에 자연과학의 연구 성과와 상관없이 '부정적인 지능은 유전되지 않는다'는 이데올로기가 필요해진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논리적 추론 능력의 유전율은 68%, 일반 지능의 유전율은 77%이다. 이것은 지능 격차의 7~8할을 유전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의미다.



2. 환경이 아닌 유전이 사이코패스를 만든다.

범죄 심리학에서 사이코패스로 분류할 만한 아이의 유전율은 81%였고 환경의 영향은 20%에 불과했다. 게다가 그 환경이란 부모의 양육이 아니라 친구 관계 같은 '비공유 환경'의 영향이었다



3. 여성보다 남성이 미모 차별을 더 크게 받는다.

  우선 잘생긴 남성은 평범한 용모의 남성보다 수입이 4% 정도 많다. 여성의 미모 프리미엄이 8%였으니 그 절반에 해당하는 미남의 경제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은 편이다. 상식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놀라운 것은 용모가 떨어지는 남성의 경우다. 그들은 평균 남성에 비해 13%나 수입이 적었다. 예쁘지 않은 여성의 페널티가 4%였던 것을 감안하면 못생긴 남성은 그보다 3배 이상의 페널티를 지불하는 셈이다.



4. 인간의 본성은 일부일처제나 일부다처제가 아닌 난혼(프리섹스)다.

  영장류 중에서 발정기와 상관없이 교미를 하고 커뮤니케이션이 도구로 성행위를 이용하는 것은 인간과 보노보뿐이다. 그 보노보는 일부일처제의 긴팔원숭이나 일부다처제의 고릴라보다 진화적으로 훨씬 더 인간에게 가깝다. 그렇다면 왜 인간의 성행동을 분석할 때 보노보를 기준으로 하지 않는가?

그래서 라이언과 제타는 선언한다. '인간의 본성은 일부일처제나 일부다처제가 아니라 보노보와 마찬가지로 난혼제다!'



5. 양육은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유전자와 아이가 어울리는 친구다.  

아이가 부모를 닮은 이유는 유전자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개성과 능력은 육아(가정환경)가 아니라 아이의 유전자와 비공유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부모는 이 과정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 책은 매우 높은 확률로 당신에게 불편한 빛일 것이다. 다만 이 빛이 진리의 빛인지 아니면 허울만 그럴싸한 인공 빛인지는 스스로 읽어보고 판단하기를 권한다. 눈이 빛에 적응하면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P.S. 모든 진리는 잠정적 진리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과 거짓' 그리고 '선과 악'을 구분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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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brunchbook/kap11



Photo by Taylo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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