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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Jan 11. 2023

'마케팅 직무의 취업과 커리어' 인터뷰



감사하게도 인디스워크에서 마케팅 관련 인터뷰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이직을 고려하는 분들께 도움을 주고자 한다는 좋은 취지의 콘텐츠라고 들어서 기꺼이 응했습니다. 저의 인터뷰가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인터뷰를 했으니 이렇게 공유를 해볼까 합니다.



[인터뷰 전문]


간단한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평일에는 브드 컨설팅과 마케팅을 하고 주말에는 강연과 모임진행을 하는 캡선생입니다. 예전에는 패션 관련 대기업에서 마케팅을 했고 현재는 브랜드 컨설팅 및 마케팅 에이전시 공동창업자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카카오 브런치에서 '캡선생'을 검색하시면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대기업에서 패션 부문 마케터로 근무하셨는데, 대기업 마케터가 하는 업무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

 

먼저 제가 모든 대기업 마케터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대기업 마케터 업무의 가장 큰 특징은 업무가 잘게 쪼개져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근무할 당시만 해도 브랜드별로 마케터가 나뉘어 있었습니다. 거기에 마케팅 전략, 퍼포먼스 마케팅, 고객관리경험 등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분은 또 따로 있었습니다. 그만큼 업무가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 있는 것이죠. 퇴사를 하고 마케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하는 에이전시를 운영하다 보니, 대기업 마케터의 일이 얼마나 세분화되어있는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담당자의 업무 범위는 좁고 깊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는 천차만별이겠지만 Plan Do See의 관점에서 설명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어떠한 마케팅을 할지 Plan, 즉 계획하는 것이죠. 아무리 사소한 마케팅을 하더라도 대기업에서는 수많은 보고를 거쳐야만 실행이 가능합니다. 또 그 과정에서 제품팀, 영업팀, 디자인팀 등 다양한 유관부서의 협조도 구해야 하고요.

 

계획이 승인되면, 실행을 하는 Do의 단계로 들어갑니다. 영상광고와 같은 광고소재를 제작하고 그것을 다양한 매체에서 광고하고, 또한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을 마케터 혼자서 할 수 없겠죠? 그래서 대부분 전문 외주업체와 함께 이러한 부분을 진행합니다. 캠페인의 목적에 따라 Do의 영역은 다양합니다.

 

마지막으로 See의 단계입니다. 말 그대로 실행한 캠페인을 보는 단계죠. 마케터들 사이에서는 마케팅 캠페인에 대한 반성문을 쓰는 단계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ㅎㅎ.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데이터나 고객 반응등을 통해 다각도로 분석해서 다음 마케팅 캠페인을 위한 교훈을 찾는 단계죠.

 

이렇게 Plan-Do-See로 이어지는 업무가 대기업뿐만 아니라 마케터 대부분의 업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전에 대기업에서 원하던 마케터 인재상과 요즘의 마케커 인재상은 달라진 것 같다. 요즘 대기업에서 원하는 마케터 인재는 어떤 역량을 보유해야 하나?

 

제가 인사담당자는 아니었어서 명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인사팀 사람에게 들은 내용과 채용과정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바에 근거해서 주제넘게 말씀드리면 대기업은 신입사원의 현재 능력보다는 앞으로의 가능성을 더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대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을 즉시 활용가능한 인력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거든요.

 

축구로 따지면 중소기업의 경우 경기에 교체선수로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신입사원을 뽑으려는 것 같고, 대기업은 유소년 프로그램과 같은 육성과정을 충분히 거친 다음에 훌륭한 선수로 클 가능성이 높은 잠재력이 큰 신입사원을 뽑으려는 것 같습니다. 대기업이 아무래도 자본측면에서 중소기업보다 여유로우니 신입사원을 활용하는 측면도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기업은 입사를 해도 한동안은 선배들의 업무를 서포트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도 제가 혼자서 담당하는 브랜드를 갖기까지 6개월 이상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은 교육 및 서포터로서의 경험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기존의 직원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람인 것 같고, 이를 평가하는 기준이 '태도와 자세'인 것 같습니다.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대기업에 지원할 때 본인이 성장형 그리고 협력형 인재임을 어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예전과 다르게 요즘 마케터의 역량으로 더 눈여겨보는 것이 있다라면 SNS운영 능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퇴사할 무렵에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인 인턴이 있었는데 모두가 그 인턴에게 브랜드 SNS계정 운영과 관련해서 질문을 하고 조언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본인이 인스타그램이라든지 유튜브, 틱톡과 같은 계정을 잘 운영하고 있다면 이것을 적극 어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 채용공고를 보면 마케터는 크게 콘텐츠 마케터와 퍼포먼스 마케터로 나누어지는 것 같은데, 각 직무별 차이점과 갖춰야 할 역량은?

  

콘텐츠 마케터와 퍼포먼스 마케터라는 구분이 공식적인 구분은 아니라서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대신에 조금 원론적인 이야기를 드리고자 합니다.

 

일단 마케팅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케팅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필립 코틀러의 말을 참고하면 마케팅은 '고객가치를 탐구하고 창출하며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조금 어렵게 들리시죠?

 

저희 회사에 마케팅을 의뢰하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실질적인 마케팅에 기반해서 조금 쉽게 말씀드리면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조금 더 많은 고객에게 더 잦은 빈도로 그리고 더 높은 가치로 판매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마케터는 ‘타깃’, ‘메시지’, ‘채널’을 고민해야 합니다. 즉 '누구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어디서 전할까’를 고민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콘텐츠 마케터는 그것이 글이 되었건, 사진이 되었건, 영상이 되었건 간에 효과적인 메시지를 만드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퍼포먼스 마케터는 이러한 메시지를 어떠한 사람들에게 어디서 전달할지 그리고 메시지는 무엇이 더 효과적인지를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해야겠죠.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콘텐츠 마케터는 상품의 가치를 고객 가치와 연결하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퍼포먼스 마케터는 콘텐츠 마케터가 만든 콘텐츠를 데이터기반으로 판단하여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역량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 마케팅 시장이 커져서 에이전시들도 대형화되어 대규모 채용을 많이 한다. 대기업의 마케터와 되는 것과 대형 에이전시의 마케터가 되는 것 각각의 커리어 장단점은?


먼저 대기업의 장점은 교육의 기회가 많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겠죠. 그리고 업계 최고의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저는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업계 최고의 마케터뿐만 아니라 사진작가, 영상감독님과 일하면서 많이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단점이라 하면 앞서 말한 대로 업무의 범위가 좁아서 모든 것을 직접 다 경험해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죠. 에이전시 마케터는 대기업 마케터보다는 조금 더 많은 그리고 넓은 범위의 업무를 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대기업에 비해 교육의 기회나 시스템적인 지원은 덜하겠죠. 이 정도 차이가 아닐까 싶은데, 요새는 대형 에이전시 중에서 대기업과 비슷한 규모의 회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에이전시에서 마케팅을 하다가 대기업으로 이직할 수 있는 기회는 많은가?

 

제가 대기업에 근무할 때만 해도 대리-과장급은 대행사에서 오신 분이 많았습니다. 업계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패션업은 대리-과장급 중 그만두는 분이 많아서 이 빈자리를 에이전시 출신들이 많이 채웠습니다. 대기업의 업무를 대행하는 에이전시 분이 좋은 평판으로 고객사로 바로 이직하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마케터는 일반적으로 학력을 많이 본다라는 속설이 있다, 요즘처럼 마케터의 기술적 역량이 강화된 시기에도 학력을 많이 볼까?

 

이것은 마케터라는 직무보다는 직장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특정 기업을 말할 수는 없지만 같은 대기업이라도 일명 SKY출신 위주인 대기업과 그렇지 않은 대기업이 있습니다. 그래서 마케터라고 특별히 학벌을 더 많이 보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요새는 오히려 ‘토스’ '배달의 민족' '당근마켓'과 같이 핫한 회사 출신이라는 경력이 학벌보다 더 큰 메리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채용공고를 보면 마케터 못지않게 브랜딩 직무도 꽤 모집하고 있다. 마케터와 브랜딩 직무는 어떻게 다른가? 마케팅 역량을 준비한 사람이 브랜딩 직무에도 같이 지원할 수 있나?

 

브랜딩과 마케팅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와 관련해서 관심이 있는 분께는 '브랜딩은 데이비드 아커의 책을 추천드리고 마케팅은 필립 코틀러의 책을 추천드립니다.

 

채용공고를 하는 분들도 브랜딩과 마케팅을 원론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무적인 관점에서 구분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한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실무에서는 소비자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알리고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일명 소비자의 '머리'를 자극하는 업무를 브랜딩으로 보고 '검색' '구매' '입소문내기'와 같이 소비자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을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보는데 이런 경우 브랜딩은 '크리에이티브'한 역량, 그리고 퍼포먼스 마케팅은 '숫자를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혹은 이야기를 듣고 숫자를 만드는 역량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본인이 '숫자'를 잘 다룬다 혹은 체계적인 업무가 편하다 싶으면 '퍼포먼스 마케팅'이 맞을 것 같고, 철학적이고 창의적이며 늘 새로운 무언가를 추구하는 경향이면 '브랜딩'이 더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캡선생님이 보셨을 때 최근 가장 성공적이었던 마케팅 케이스들은?

  

성공의 기준을 무엇으로 보느냐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마케터들만 좋아하는 마케팅 캠페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마케터는 순수예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대중예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본인 만족에 그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저는 '젠틀 몬스터'가 하는 마케팅, 더 정확히는 브랜딩을 가장 좋아합니다.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단순히 언어로 알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감각으로 바꾸어 알리는 모습이 이 업계에서 게임 체인저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젠틀몬스터의 마케팅이 왜 성공적인지는 젠틀 몬스터의 현재의 위상과 매출이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캡선생님이 보셨을 때 최근 가장 아쉬웠던 마케팅 케이스들은?

 

제가 아쉬웠다고 생각하는 마케팅은 사실 가장 나쁜 마케팅은 아닐 겁니다. 기억조차 하지 못해야 최악의 마케팅이겠죠. 그래서 지금 기억나지 않는 모든 마케팅이 아마도 아쉬운 마케팅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말은 마케팅에도 어느 정도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고객을 기만하는 모든 종류의 불법적인 마케팅은 마케팅의 범주에 넣어서도 안될 것 같습니다.

 


마케터가 되고 싶은 취준생들에게 참고가 될 수 있도록 마케팅 직무의 미래에 대해서 언급해 달라

  

10년 전만 해도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10년 후에도 지금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 용어의 마케팅이 등장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앞으로 무엇이 새롭게 나타나고 사라질까가 아니라 무엇이 변하지 않을까인 것 같습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마케터가 하는 세부적인 업무가 바뀌더라도 무엇이 바뀌지 않을지를요. 저는 '고객'에 대한 집착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고객은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입니다. 그래서 마케터를 꿈꾸는 분들은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와 관련해서 부단히 공부를 해두시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철학' '인문학' '심리학' '미학'과 같은 학문이 앞으로는 더욱더  마케터에게 가치 있는 지식이 될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55JXMQJzp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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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brunchbook/kaptop8



Photo by Sam McGhe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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