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 'ENTJ' MBTI 다회(茶會: 차를 마시며 노는 모임)의 날이 밝았다.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서촌에 내려 고요한 골목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니 고즈넉한 한옥이 보였다. 오늘의 모임이 열리는 호전다실이었다.
출처: 호전다실 인스타그램
5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모임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아니면 'J'성향의 특징인지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미 와서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MBTI로 인한 선입견 때문인지 아니면 사회 짬밥에서 체득한 나의 육감 때문인지 이곳에 모인 사람들로부터 초식동물이 아닌 육식동물의 바이브가 느껴졌다. (빈틈을 보이면 잡아먹힐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 여성 7 : 남성 3 정도의 비율에 나이대는 짐작컨데 평균 30대 초중반이었다
내가 착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임이 바로 시작됐다. 진행방식은 심플했다. 호전다실의 사장님이 MBTI 다회의 공통 질문을 하면 참여자들은 돌아가면서 대답을 하고 중간중간에 다양한 차를 마시며 차에 대한 호불호를 밝히는 그런 식이었다.
예상대로 혹은 놀랍게도 모두의 대답은 거의 일치했다. 내 차례가 오기 전에 이미 다른 사람의 입으로부터 내 생각이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억나는 ENTJ 참가자들의 공통된 특징은 다음과 같다.
ENTJ의 특징
1. 대부분의 사건을 거시적으로 본다.
2. 본능적으로 권력관계를 파악하고 불합리한 권력에 큰 반감을 가진다.
3. 무능한 것을 견디지 못한다.
4. 본인이 무리를 주도하려는 성향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인지 모든 참가자들이 학창 시절 반장, 부반장 등을 맡은 경험이 있었다.
5. 자신감이 넘치나 막상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하면조심스러워한다.
모임을 진행한 호전다실 사장님(참고로 사장님은 ENTP)의 총평은 ENTJ는 모든 MBTI 중 자존감(혹은 자신감)이 가장 높은 편이고, 사회적으로 성공할 기질을 모두 갖춘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만큼 자신의 유리한 성향에 대해 감사하고 사회적으로 그 능력을 잘 써주기를 바라는 당부까지.
모임 후 MBTI에 대한 나의 신뢰도가 조금 더 높아진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런 나의 느낌은 동조 효과(Mirroring Effect: 상대방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따름) 혹은 바넘 효과(Barnum Effect: 보편성을 특수성으로 오인지)가 작용한 것일 수도 있어서 주의할 필요가 있겠지만.
모임에 오기 전에 나와 같은 MBTI로 가득한 세상은 천국일까? 지옥일까?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나도 그렇고 참여자들도 공통적으로 느낀 모임의 분위기는 '긴장된 친숙함'이었다. 나의 단점을 타인을 통해 보게 되었을 때의 당혹감 그리고 나의 장점을 타인을 통해 보게 되었을 때의 안도감이 뒤섞인 묘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본인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없다. 거울이나 사진과 같은 도구를 활용해서만 간접적으로 확인할 뿐이다. 얼굴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어쩌면 죽을 때까지 본인의 성격과 성향을 직접 볼 수 없는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혈액형, 별자리, MBTI 같은 도구를 활용하여 끊임없이 스스로를 확인하려고 애쓰는 것 같다. 이런 점에서 볼 때 MBTI는 기존의 방식보다는 나의 성격과 성향을 조금은 더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도구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MBTI도 나를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도구는 아니라는 점, 그래서 맹신하면 위험하다는 점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