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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Jul 19. 2023

맹자 마케팅


진행자로 참여했던 북토크에서 <노자 마케팅>이라는 책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노자의 사상을 마케팅적으로 풀어낸 흥미로운 책이라고 했다. 노자와 장자의 사상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라 역설적으로 그 책을 읽고 싶지는 않았다. 뭐랄까? 나의 해석이 마케팅적으로 침범당하고 싶지 않달까. 아무튼 그런 책이 있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을 마무리했다.


그러다 최근에 문득 맹자가 말한 '사단(四端)'도 마케팅적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자 마케팅>을 읽지는 않았지만 생각의 단초를 제공해 준 것이다. (맹자의 사상을 마케팅적으로 침범당하고 싶지 않은 분은 패스하셔도 좋다)


사단은 말 그대로 네 가지(四) 단서(端)다. 무엇의 단서냐고? 사람의 본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단서다. 감기의 단서가 '몸살', '콧물', '기침', '두통'인 것처럼 말이다(물론 다른 병의 단서일 수도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인의예지(仁義禮智)'라는 인간의 본성을 알 수 있는 네 가지 단서가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이라는 것이다.


이 네 가지 단서를 마케팅과 연계해서 생각해 보자.



1. 측은지심 (惻隱之心)


측은지심은 말 그대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측은하게 느끼는 마음이다. 여기서 주목해야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즉 대부분의 사람이 약자에게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이를 활용한 것이 언더독(underdog) 마케팅이다.


언더독은 개싸움에서 '밑에(under) 깔린 개(dog)'다. 사람들은 지고 있는 개를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되는데 이러한 감정을 활용하는 게 언더독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웨어 브랜드 언더아머(Under Armour)는 언더독이라는 콘셉트 하에 그 당시에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단신의 농구선수를 후원하게 된다. 그 사람의 이름은 스테픈 커리였다. 언더독 마케팅으로 대박이 난 사례다.


오래된 사례이긴 하지만 미국의 렌터카 업체 에이비스(Avis)도 비슷하다. 본인들은 "2등이기 때문에 1등보다 더 열심히 한다"는 메시지의 캠페인을 오랫동안 진행했다. 측은지심이 발동한 고객들은 전보다 더 많이 에이비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에이비스의 섣부른 행동으로 애써 모은 고객들을 잃고 말았다. 2등 전략을 버리고 1등을 표방하는 캠페인을 펼친 것이다. 바로 그 순간부터 측은지심을 잃고 고객도 잃었다.


2. 수오지심 (羞惡之心)


수오지심은 본인의 잘못은 부끄러워하고 타인의 잘못은 미워하는 마음이다. 여기서 핵심은 '타인의 잘못은 미워하는 마음'이다. 악한 사람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를 세 글자로 '참교육'이라고 한다.


불황의 늪에 빠진 한국영화업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범죄도시>가 이를 잘 활용한 콘텐츠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악당을 참교육한다'이다. 영화에 나오는 악당은 일말의 동정심도 생기지 않는 그야말로 악. 당.이다. 악당이 악할수록 통쾌함도 비례해서 커진다. 그야말로 수오지심을 극대화한 콘텐츠인 것이다.


초지일관 '나쁜 놈 때려잡기'라는 메시지를 밀고있는 <범죄도시>. 사진 출처:


3. 사양지심 (辭讓之心)


사양지심은 본인이 응당 받아도 되는 혜택을 사양하고 타인에게 양보하는 마음이다. 누군가 무엇을 권하면 처음에는 일단 '괜찮다'라고 거절하는 것이 사양지심의 예다.


사양지심과 연계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공짜 마케팅'이다.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응당 받아야 할 돈을 받지 않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사람들로부터 신뢰와 찬사를 받을 수 있다. 카카오톡이 초반에 아무런 대가 없이 편리한 채팅어플을 전 국민에게 제공하고, 테슬라는 2014년 본인들이 갖고 있던 200여 개의 특허를 무료로 공개한다고 발표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대중들은 이에 열광했고 열광의 크기만큼 두 회사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사양지심과 관련해서 명심해야 할 말이 있다. 니시노 아키히로가 말한 "입구에서 돈을 받지 말라"는 것이다. 사양지심은 입구가 아닌 출구에서 대가를 받을 때, 돈을 주고자 하는 사람이 진심으로 돈을 주고 싶을 때까지 사양하는 것이 핵심이다.


4. 시비지심 (是非之心)

 

시비지심은 '시시비비를 가리고자 하는 마음', 즉 옳고 그름을 가리고자 하는 마음이다. '진실'이라는 단어에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은 바로 시비지심 때문이다.


시비지심을 활용한 마케팅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사실 '진실'이 아니다. '거짓말'이다. 당신이 진실이라고 알고 있던 것이 사실은 '거짓말'이라는 것이 고객의 마음을 흔든다. 고객의 마음이 움직였을 때 비로소 '새로운 진실'이 들어갈 틈이 생긴다. 


마케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차별화'는 다른 말로 기존의 것은 '거짓'이고 내가 말하는 것이 '진실'이다는 주장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피부장벽'을 내세운 화장품은 '기존의 수분크림으로 수분이 보충될 수 있다는 것은 거짓'이고 '피부장벽을 강화한 나의 화장품으로 수분이 보충될 수 있다는 것이 진실'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거짓'과 '진실'의 구도로 차별화를 말하는 것이 시비지심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맹자의 사상은 이보다 더 깊이 있게 다루어야 한다. 사람의 본성(性)과 하늘의 이치(理)를 연결해서 보는 성리학(性理學)을 가볍게 다루었을 때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오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둘을 연결해 본 것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 위해서였다. 도덕은 그저 '착한 것'이 아닌 '실용적인 것'일 수 있다는 관점을.


도덕과 마케팅을 바라보는 당신의 관점에 신선한 환기가 되다면 그걸로 만족스러울 것 같다.



<짧은 글을 좋아한다면 아래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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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Guille Álvar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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