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없는 소녀>와 <이처럼 사소한 것들>
아일랜드의 작가 클레어 키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두 영화를 소개합니다.
<말없는 소녀>와 <이처럼 사소한 것들> 전자는 여름을, 후자는 겨울을 배경으로 삼고 있으며, 주인공도 서사의 결도 다릅니다. 그럼에도 두 작품이 남기는 질문만큼은 쌍둥이처럼 닮아 있습니다.
아일랜드의 축축하고 서늘한 풍경을 배경으로, 사회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약자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소시민의 시선을 건조하지만 깊이 있게 담아냅니다.
<말없는 소녀>는 사랑받지 못한 아이, '코오트'의 여름을 그립니다. 가난과 무관심 속에 방치되었던 소녀는 먼 친척인 '킨셀라 부부'에게 위탁되면서 생애 처음으로 안온함을 느낍니다. 킨셀라 부부는 거창한 말 대신 빗질을 해주고 따뜻한 밥을 먹이며 소녀의 언 마음을 녹이고, 자식을 잃은 아픔을 가지고 있던 부부 역시 소녀로 인해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받습니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보다 타인이 더 깊은 사랑을 줄 수 있다는 모습을 보며,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그 시선을 어른의 내면으로 옮겨옵니다. 평범한 석탄 상인 '빌 펄롱'은 마을의 권력인 수녀원에서 고통받는 소녀를 목격합니다. 모르는 척 눈감으면 내 가족은 안전하지만, 그는 끝내 외면하지 못합니다. 영화의 결말에 다다를 때, ‘과연 나라면 빌처럼 모든 것을 걸고 저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들었습니다. 그의 선택은 영웅적인 결단이라기보다,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었을 타인의 사소한 고통 앞에서 끝내 등을 돌리지 않으려는 태도처럼 느껴졌습니다.
두 영화는 소란스럽지 않습니다. 대사는 절제되어 있고 풍경 또한 고요합니다. 하지만 그 정적 속에서 킨셀라 부부의 다정함과 빌 펄롱의 작은 손길은 침묵하는 세상에 미세한 틈을 만들어내죠. 이 냉혹한 현실에서 사람을 구원하는 것은 대단한 신념보다 서로에게 건네는 따뜻한 마음 한 조각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