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마지막 결재 서류는 무엇일까

영화 <리빙: 어떤 인생>

by 카폐인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묵직하지만 따뜻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 <리빙: 어떤 인생>를 소개합니다.


1950년대 영국 런던, 시청의 고위 공무원 윌리엄스는 30년 넘게 서류 더미에 파묻혀 살아왔습니다. 딱딱한 동료들과 꽉 막힌 관료주의 속에서 그는 감정도, 재미도 잃어버린 채 무미건조한 일상을 반복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6개월 시한부’라는 청천벽력 같은 선고가 내려집니다.


죽음을 앞두고서야 그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지만, 평생 쌓아온 침묵의 벽은 너무나 높았고, 늙어버린 몸은 쉽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거울을 보며 연습을 해도 아들 내외에게조차 죽음을 고백하기 어려웠던 그는 고민을 거듭하다 처음으로 일탈을 합니다.


해변가 술집에서 만난 젊은 남자 서덜랜드에게 처음으로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그렇게 마음이 통한 서덜랜드와 어울리던 윌리엄스는 평생 쓰던 모자를 잃어버리고 새로운 모자를 쓰게 되는데요. 그걸 계기로 윌리엄스는 새로운 일상을 살아보기로 결심합니다. 자신의 뿌리이자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스코틀랜드 민요를 낯선 사람들 앞에서 부르고, 전 부하직원 해리스와의 대화를 통해 그는 잊고 지냈던 생의 활기를 하나씩 다시 느낍니다.


그러다 문득 그는 결심합니다. 바로, 부서 간의 책임 회피로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아이들의 놀이터’를 짓는 일이었습니다. 자녀를 둔 엄마들의 오래된 청원은 이때까지 시청에서 ‘사소한 것’이라 치부되며 방치되었던 것인데요. 윌리엄스는 “여기에 두지, 해 될 거 없으니”라며 차일피일 미루던 관행을 직접 깨부숩니다. 행정 시스템의 벽에 온몸으로 부딪히며, 그는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을 위해 진심으로 행동합니다.


황폐했던 집 앞의 공터는 마침내 아기자기한 놀이터로 변모합니다. 눈 내리는 밤, 그토록 원하던 놀이터의 그네에 앉아 윌리엄스는 조용히 눈을 감습니다. 비록 홀로 맞이한 차가운 겨울밤이었지만, 그는 결코 춥지 않았습니다. 타인을 위해 좀 더 편하고 안락한 생활을 도와줬다는 마음이 그를 감싸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장례식장에 모인 동료들은 그를 회상하며 뒤늦게 깨닫습니다. 무미건조한 회색빛의 얼굴은 그저 낡은 껍질에 불과했음을 말이죠. 실은 그가 누구보다 뜨거운 심장으로 이 세상의 겨울을 녹이고 있었음을 말입니다.


윌리엄스가 남긴 놀이터처럼, 여러분이 남기고 싶은 '따뜻한 흔적'은 무엇인가요?



https://youtu.be/obfB64FrS9c?si=1a4X9qrwzn0-7u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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