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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탓 Apr 15. 2022

헌집줄게 새집달라

손에 흙을 덮고 "두껍아 두껍아   줄게 새집 달라"고하면 !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새집을 지으려면  집을 먼저 허물어야 한다. 지은  50년이 되어가는 낡은 2 양옥집  집을 21세기의 두꺼비는 받아가지 않았고, 나는 직접 헐어야 했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을 할까 아는 분에게 소개를 부탁할까 망설이는 중에 사전 미팅에 참여했던 건축사   분이 철거공사를 진행할 업체를 소개해주었다. 도착한 견적서에는 연면적 190평방미터(57.6) 건축물 철거에 견적가는 부가가치세 포함 2,100 원이라고 적혀있었다. 이것은 비교적 착한 가격이다. 다른 회사의 견적가는 2,800만원이었다.


서울에서 집을 지으려면 도대체 백만  단위의 견적서를 구경하기 힘들다. 294평방미터(89.2) 땅에   주고 새집을 받는 설계-철거-기초-골조-설비-내장-마감 단계마다 견적 단위는 최소 천만 원이다.

철거 전에 주변 이웃들에게 롤케이크를 돌리며 굽신굽신 인사를 다녔다. 옛날 집이라지만 철근과 콘크리트로 지어졌고, 몇십 년을 자리 잡고 앉아있던  집을 철거하려면, 생각보다 엄청난 소음과 먼지를 피할  없다. 철거 작업으로 주변 이웃사람들에게 가는 불편을 줄이려고 작업자는 호스로 물을 뿌려가면서 먼지를 잡고, 가능한 빠른 시간에 작업을 마치려고 애쓴다. 그런다고 철거가 조용하게 빨리 끝날리는 없잖아?!


애쓰는  사람의 몫이고 이루는  하늘의 몫이라 했다. 이웃들에게 작은 선물 들고 머리 숙이면서 미리미리 눈도장 찍고 해야 길고  공사기간 동안 혐오와 비난의 눈길을 줄일  있다.


이제 부담스럽기 그지없는 행정과의 밀당이다. 관련 법률과 시행령, 시행규칙을 공부하고,  짓기와 연관된 포스팅의 도움으로 기본지식을 장착했다. '  하고  일을 이렇게 해야 하는 건지, 그냥 수수료 주고 누구에게 맡겨도 되는데 무슨 오지랖으로 이럴까'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공사의 첫삽을 뜨기는커녕 이제 경우 철거를  뿐인데 벌써부터 그랬다.


구청에 철거신고를 하려니, 철거 전에 정화조를 먼저 청소하고, 수도사업소와 한국전력공사와 서울도시가스공사에 연락해서 명의변경을 해야 한다. 공사를   수도와 전기가  있어야해서 무슨 사용신청인지를 함께 해놓아야 한다. 정화조 청소를  업체는 너무 친절하게도 현금만 받으신다 해서, 나는   만에  원짜리  장을 사용해보기도 했다. 다행히 철거업체 사장이 행정과의 소통 일부를 도와주어 구청과의  번째 데이트는 나쁘지 않았다.


철거는 가림막 설치에 하루, 낡은 집에서 이런저런 설비를 뜯어내고 정화조 청소하고 공사용 수도와 전기를 설치(라기보다는 기존 계량기를 그대로 두거나 약간 위치 변경)하는데 하루, 마당에서 지내던 나무와 조경석을 들어내고 벽과 대문과 골조를 부수어 긁어내는데 사흘, 가림막 철거와 자잘한 정리에 하루해서 일주일 정도 걸렸다. 행정절차를 포함하면 열흘이니까, 철거가 그냥 때려 부수는 게 아니라는 걸 처음 알았다. 철거는 과학이다.


가장 소음과 먼지가 가득한 골조를 허물어 철거하는 날, 촉촉하게 가을비가 내린다. 먼지 나지 않도록 호스로 물을 뿌리지 않아도 되고, 비가 오면 차분해지고 우울해지는 사람들이 많아서 민원 걱정이 줄어든다! 직선거리 200미터 거리에 있는 다른 현장에서 철거를 위해 설치한 가림막이 바람에 넘어가는 참사를 며칠 전에 목격한 나는 마음을 졸이고 있던 터라, 가을비님이 주는 위로와 기쁨은 두 배였다. 내 집 짓기의 출발을 하늘로부터 축복받는 느낌이랄까, 늦가을에 시작하는 공사라 심란한 마음을 나는 그렇게 위로받았다.


그중에 속상한 일이 있었다. 몇십 년을 마당에서 자리 잡고 잘 지내던 나무들과 꽃들과 조경석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야 해서 내 맘은 영 불편했다. 작은 정원 풀밭에서 알콩달콩 지냈을 그 많은 곤충과 벌레들은 또 무슨 일을 당했으려나. 잠깐 어디에 옮겨두었다가 가져오고 싶은 욕심은 굴뚝이고, 현실은 그 욕심을 허락하지 않는다. 작은 것 하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의 꼰대는 잘리고 뿌리째 뽑힌 단풍나무와 꽃과 돌과 벌레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득히 받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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