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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oney Talks

중앙은행들의 금 쇼핑 열풍: 달러 패권 탈피의 필수템

2022년 이후 두 배로 급증한 '금고 채우기'


출처: UBS


기록적 금 매입 규모로 본 패러다임 변화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 매입에 나선 규모가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UBS 자산운용(UBS Asset Management)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이후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연간 순매입량이 1,000톤을 넘나드는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2022년 이전 평균인 약 500톤의 정확히 두 배 수준이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1,000톤대를 기록한 것은 현대 중앙은행 역사상 전례 없는 현상이다. 특히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1,080톤과 1,040톤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골드 러시(gold rush)' 시대를 열었다.


러시아 제재가 촉발한 구조적 변화

이런 급격한 변화의 배경에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이 러시아 외환보유고에 가한 제재가 자리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의 달러와 유로 보유고를 동결한 사건은 전 세계 중앙은행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내 나라 외환보유고도 언제 동결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되었다. 반면 금은 물리적 자산으로 타국의 제재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런 인식 변화가 금 매입 붐을 이끌고 있다.


지역별 매입 현황과 동기

신흥국 주도: 중국, 러시아, 인도, 터키 등 신흥국들이 매입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외환보유고를 다변화하려는 명확한 의도를 보이고 있다.

선진국의 신중한 접근: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전통적 서방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신중한 모습이다. 하지만 일부 유럽 국가들도 소규모 매입에 나서고 있다.

산유국의 적극적 참여: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산유국들도 오일머니의 일부를 금으로 전환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채권과 금이 다시 각광받는 이유

현재 시장 상황에서 금과 함께 채권이 주목받고 있다.


관세로 물가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데, 왜 지금은 채권까지 같이 오르고 있을까? 답은 관세의 이중 효과에 있다. 관세는 물가를 올리는 동시에 경제를 위축시킨다. 물건값은 비싸지는데 경제는 둔화되는 최악의 조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이 위험한 주식보다는 안전한 채권을 선호하게 된다. 과거처럼 "주식 떨어지면 채권 오르고, 주식 오르면 채권 떨어지는" 전통적인 패턴이 되돌아온 것이다.


실제로 1월에 미국 국채를 산 사람들은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상승했음에도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시장이 연준(Fed)이 당장은 금리를 못 내려도 나중에는 더 많이 내릴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도 관세 때문에 물가가 뛰어도 한 번 오르고 끝이라고 보고 있다. 즉 이는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이라는 뜻이다.


스태그플레이션 헤지로서의 금

그래도 인플레이션이 걱정된다면? 금이 답이다. 저성장, 고물가 시나리오에서 금은 가장 충실한 헤지 수단 역할을 한다.


역사적으로 금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 빛을 발했다. 당시 금 가격은 온스당 35달러에서 800달러로 무려 23배나 뛰었다. 현재 상황이 그때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압력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분산투자의 르네상스

UBS는 현재를 "분산투자의 르네상스" 시대라고 표현한다. 하락장에서는 채권, 스태그플레이션에서는 금, 그리고 주식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간 주식 상관관계가 크게 떨어지면서 분산투자의 효과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주식에만 집중된 포트폴리오보다는 전 세계로 분산된 포트폴리오가 위험 대비 수익률 면에서 더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한국 역시 이런 글로벌 트렌드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104.4톤으로 세계 29위 수준이다. GDP 대비로는 매우 낮은 편이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도 외환보유고 다변화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물론 한미동맹 관계상 급진적인 변화는 어렵겠지만, 점진적인 다변화는 필요하다.


개인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포트폴리오의 5-10% 정도는 금이나 금 관련 자산으로 구성하는 것이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한줄평

중앙은행들이 금을 1,000톤씩 사들이는 걸 보면, 이제는 종이 돈보다 반짝이는 게 더 믿음직스러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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