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 -
[어느 토요일 아침]
토요일임에도 출근하는 차 안. 라디오에서 요즘 세상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변화를 인정하고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무언가 새로운 것으로 배워 나가야 한다고 했다. 나에게 남은 세월,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갑작스러운 고민이 올라온다.
물론 새롭지는 않다. 50을 넘기면서, 직장생활의 2/3를 넘기면서, 앞으로 과연 무엇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은 내 의지와 관계없이 수시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어를 좀 더 공부해 볼까? 한문 공부를 해서 아주 나중에 동네 꼬마들을 모아 작은 서당이라도 차릴까? 수십 년을 하고도 결국 실패한, 영어와 같이 뭔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공부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영어 공부도 조금은 끌리기도 한다.
오늘은 갑자기 코딩을 배워볼 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생성형 AI라는 것의 도움을 받으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왜? 무엇을 하려고? 퇴직 후 다시 취업을 하려고? 아니면 창업이라도 하려고? 아니면 소소한 재미 삼아? 스스로 답할 수 없었고, 늘 그렇듯 조금 지나니 일단 그 생각은 저 멀리로 달아났다.
그리고 지금 내린 결론은 글을 쓰고 싶다는 거다. 앞으로 나의 버킷리스트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여행에 기반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다.
오래전 한창 산을 타고 다닐 때는 산행기를 써보기도 했다. 이후로는 자전거 여행기를 써보기도 하고 말이다. 최근에는 오토바이 여행기를 블로그 등에 아주 가끔 올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간 꾸준하지 못했던 탓인지, 글 실력은 내가 봐도 점점 수준이 내려가고 있다.
오래전 써두었던 글들을 가끔 들여다보면, 이걸 내가 썼다고? 그때 이런 생각과 이런 느낌을 내가 받았다고? 하는 의문과 함께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그래도 한 때는 감수성 예민한, 글을 아주 쪼금은 쓸 줄 아는 사람이었구나 하면서 과거의 나에 대한 뭔가 그리움과 그렇지 못한 지금에 대한 노여움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게으름(이것이 가장 핵심적이 원인인 것이다.)과 더불어 최근 블로그 글이 형편 없어진 이유 하나로 생각나는 것이 있다. 자꾸만 남에게 보여줄 글을 쓰려고 한다는 것이다. 남에게 보여줄 것을 목적으로 하니 일단 이런 표현을 해도 되는 것인지, 저런 내용을 남에게 공개해도 되는 것이지 하는 자기 검열에 빠진다.
문장을 이 정도로 짧게 해야 남들에게 인기가 있을 거야. 문장과 문장의 사이에는 어느 정도 간격을 띄워야 할지도 고민한다. 사진을 어떻게 배치해야 더 좋을 지하는 고민도 한다.
나아가 인기 블로그에 씌어있는 글의 형식을 자꾸 따라 해 보려고도 시도한다. 그 이 모지콘이라는 것도 한 번 써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영 닭살 돋는 기분에 포기했다. 기사식으로 써 보거나 편지글 형식으로 써 보거나 하는 등의 시도를 해 봤다.
물론 글쓰기에 있어서도 새로운 시도와 변화는 필요하고 긍정적인 것이다. 바람직할 수도 있고 말이지. 그런데 나에게 있어 그런 시도가 일단 글쓰기를 방해하고 만다. 글을 쓰기 전에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면, 쓰려고 하는 의지 자체를 갉아먹고 그 치명적인 게으름 병에 의해 미루고 미루다 기억조차 희미해져 결국 아무것도 쓰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글쟁이들이 흔히 하는, 글쓰기의 첫 단계는 일단 써보는 것이라고 하는 말에 무척 공감한다. 의욕의 감퇴가 삶의 전반에 걸쳐 팽배해져 있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글쓰기에도 깊이 감염돼 있다는 사실이 날 무척 속상하게 한다.
오토바이 전국여행을 시작하고 싶다. 전라도부터 시작해서 각 도를 봄과 가을 두 차례씩, 한 번에 최소 일주일간의 시간을 들여 돌아다니고 싶다. 그리고 그 기억을 글로 남기고 싶다.
그렇게 남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면 좋긴 할 것이다. 나의 느낌과 나의 생각과 나의 경험에 공감해 주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역시 기쁜 일이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해 보자. 일단 일요일인 내일 떠날 예정인 짧은 자전거 여행에 대한 후기부터 써봐야겠다.
**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하기 전에 썼던 글입니다. 다시 읽어 보니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곳에서는 진짜 내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