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 뵘, 빈필의 베토벤 교향곡은 한 시대를 풍미한 거장 지휘자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역사적 증거이다. 모든 연주가 깐깐하고 강직한 그만의 성향이 묻어나는데 융통성보다는 뵘 특유의 고집스러움이 강하게 드러난다.
고전적인 방식의 해석은 <베토벤 교향곡 7번>도 예외가 아니다. 이토록 밝고 활기찬 교향곡이 정박으로 꼿꼿이 나아가는 모습은 요즘 시대에는 거의 볼 수 없는 강박적 스타일이다. 특히 뚜벅뚜벅 묵묵히 걷는 2악장의 템포는 카를 뵘의 음악 성향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운드의 장쾌함은 대단하다. 베토벤 안에서도 모차르트의 프레이징이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그가 지닌 모차르트에 대한 경외심이 깊게 반영된 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3악장 역시 초반에 스피드를 다는 것 같지만 이내 그만의 정박으로 되돌아온다. 1악장 도입부의 상쾌한 음향과 벅찬 템포를 상기해 보면 거장의 능수능란한 계산법에 어느 순간 압도당한 자신을 깨닫게 된다. 이것은 마지막 4악장에서 화룡점정을 이룬다. 결코 타협할 생각이 없는 거장의 의지는 흔들림 없는 정박의 흐름을 사수한다. 긴장감과 화력 강도는 그 안에서 점점 상승하는데 코다에 이르면서 최고조를 이루며 정갈하게 마무리된다. 대단히 고전적인 해석이지만 당대 거장들과 결이 다른 카를 뵘만의 고유한 접근방식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