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대비훈련

by Karajan

저녁에 'ㄷ' 매장에서 문풍지를 사 왔다. 집에 오자마자 내 방 창틀과 방문 틈을 깨끗이 닦아내고 꼼꼼하게 문풍지를 잘라 붙였다.


연식이 오래된 집이라 창문 틈으로 새는 외풍이 심하다. 그동안 잘 견디며 살아왔지만 늙어가는 건 이 집뿐만은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새삼 서글픈 것도 없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마음에 부는 외풍은 아직 막아낼 여력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겨울 추위는 참아낼 방도가 없더라.


문풍지를 발라도 매서운 바람은 좁은 틈을 비집고 나의 일상을 위협할 것이다. 벌써부터 따스한 봄날을 간절히 갈망하는 성급한 마음을 애써 부여잡는다. 그래도 모진 겨울이 온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적어도 이 순간은 지구가 살아있다는 증거이니 그저 기쁘게 맞이하는 것이 우리네 삶의 이치이리라.


아직 가을은 온전히 당도하지도 않았다.

이제야 9월의 끝자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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