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디오 아바도는 대표적인 말러리안 지휘자이지만 <말러 교향곡 7번>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 그가 베를린필 재임시절 녹음한 실황음원도 대단히 훌륭하나 그 이전, 시카고심포니와 함께 걸출한 결과물을 남겼다. 아바도가 시카고심포니와 작업한 음반들 중에서 <말러 교향곡 2 & 5번>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명연이다. 바로 이 오케스트라만의 독보적인 사운드와 강력하고 두터운 앙상블을 아바도만큼 가장 그들답게 조탁한 연주도 흔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작품의 선택 또한 탁월했다.
이 음원은 1984년 녹음으로 2001년 베를린필 실황보다 중후하고 쾌적한 사운드가 돋보인다. 무엇보다 <교향곡 7번>은 모든 말러 교향곡 중에서도 가장 어둡고 묵직한 중량감이 가득해 명징한 프레이징이 접목되지 않는다면 듣는 동안 극심한 혼란 속에 빠지게 되는 난해한 곡이다. 그래서 굵은 선율미를 명쾌하고 조화롭게 이끄는 해석이 반드시 요구된다. 극단적인 조울증의 극치를 구조적으로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감상자의 강한 정신력은 작품감상에 필수적이다. 아바도는 이러한 난곡을 편안하고 명징하게 전달하는 중간자 역할을 확고히 수행한다. 이것은 분명 불후의 명연을 탄생하게 한 확실한 모티브이기도 하다.
<말러 교향곡 7번>이 나아갈 방향성을 이토록 분명하게 제시하는 음원은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베를린필 실황을 포함해, 마이클 틸슨 토머스-런던심포니, 미하엘 길렌-남서독일방송향, 리카르도 샤이-로열콘세르트헤바우, 그리고 클라우스 텐슈테트-런던필 등이 대표적인 연주이나 모두 각각의 특징이 분명하기 때문에 서로가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모든 명반을 선도하는 최우선에 이 연주를 두는 것은 아바도가 그의 생애에서 특별히 애정 어린 관심과 완성도를 보여주었던 작품에 대한 모두의 인정을 기반으로 하는 나만의 깊은 추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