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슈트라우스 "알프스 교향곡">은 가장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지만 그만큼 만족스러운 연주를 찾기 쉽지 않다. 이 작품처럼 거대한 규모를 가진 관현악곡은 이끌어가는 지휘자의 확고한 해석과 통제력, 그리고 오케스트라만의 탄탄한 앙상블이 반드시 갖춰져야 하는데 고금의 위대한 대가들의 연주에서도 실망스러운 결과가 있고 기대 없이 마주한 조합에서 의외의 대반전이 나오기도 한다.
거장 베르나르트 하이팅크와 런던 심포니의 조합은 지난 2013년 3월 내한공연에서 천상의 사운드로 승화된 참된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만난 기억이 생생하기에 더욱 기대치가 높은 음원이다. 작품 자체의 놀라운 완성도와 예술성, 그리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레이션'이 막강한 조화를 이루는 최상의 명연이다.
가슴 시린 현악군 사운드의 청아하고 장엄한 아름다움은 찬미해야 마땅하다. 언제 들어도 가슴이 맑게 정화되는 작품으로 비록 알프스를 가보지 않았어도 그곳의 풍경이 생생히 눈앞에 떠오른다. 알프스를 경험한 이라면 눈과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풍경이 환영처럼 떠오를 것이다. 그래서 연주의 완성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세부적 호불호를 떠나 이 연주는 내 마음을 울리는 탓이다. 그들 연주는 알프스의 황홀한 대자연과 함께 이전 내한공연을 통해서 또렷하게 목격했던 그때의 숨 막혔던 브루크너가 떠올라 가슴을 울컥하게 한다.
그 후로 10년이 지난 오늘, 거장 베르나르트 하이팅크는 더 이상 우리 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 누구보다 말러에 진심이었던 지휘자였고 파격보다 내실과 내면의 음악을 담백한 시각으로 추구했던 시대의 진정한 거장이었다. 하이팅크의 진심 어린 명복을 빈다. 부디 편히 잠드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