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연주사에 있어 '첫 손에 꼽을만한 음원'이라면 자연스레 카라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비단 이 작품뿐만 아니라 차이콥스키의 음악들은 카라얀에게 중요한 레퍼토리였다. 무적의 거대 군단, 베를린필하모닉을 이끌고 러시아의 드넓은 동토를 질주하는 카라얀의 모습은 세상 두려울 것이 하나 없는 당당함으로 가득하다. 누군가는 카라얀의 차이콥스키를 지나치게 매끈한 해석과 낭만성을 과하게 투영한 연주로 비하하기도 하지만 이는 카라얀에 대한 짧은 선입견이라 생각된다.
카라얀을 므라빈스키나 스베틀라노프 같은 옛 소비에트, 레닌그라드 스타일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의 쇼스타코비치, 라흐마니노프도 마찬가지이다. 카라얀이 추구하는 음악적 해석 방향은 오로지 자신의 영역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그만의 세계인 것이다.
카라얀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소리를 뽑아내기 위해 다른 소리를 강력하게 억제한다. 무엇보다 차이콥스키의 교향곡에서 두드러지는데 이는 본토 지휘자들과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부분이다. 여기에서 그에 대한 호불호가 갈라지는 것이다. 모든 연주의 성격이 확연히 구분되는 부분은 울림, 즉 소리이기에 누르거나 강조하는 지휘자 고유의 권한과 작곡가의 의도 사이에서 괴리감은 언제나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이것을 판단하는 것은 분명 관객 스스로의 몫이지 결코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차이콥스키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은 카라얀의 연주로는 처음 접해보는데 충분히 예상되는 결과와 함께 의외의 템포와 소릿결이 반전을 선사한다. 이것은 많은 애호가들이 그의 음악에 마냥 동의할 수도, 또한 거부할 수도 없는 불가항력의 요소이다. 결론은 그 누구도 그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