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킹구르 올라프손ㅣJ. S.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by Karajan

#오늘의선곡


J. S. Bach

Goldberg Variations BWV.988


Piano/ Vikingur Olafsson


#VikingurOlafsson #Bach


비킹구르 올라프손의 <J. S.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첫 곡, '아리아' 도입부터 단아하고 고혹적인 미니멀리즘 타건이 돋보이는 연주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제1 변주는 거센 급가속 페달을 밟으며 충격적 반전을 보인다. 느린 '아리아'에 푹 빠져 넋 놓고 있다가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느낌이다. 이후 빨라진 템포는 변함없이 이어진다.


북대서양 그린란드 옆 작은 섬나라, 아이슬란드 태생인 비킹구르 올라프손은 북구의 연주자답게 해맑고 차가운 소리를 지녔다. 본토 독일 연주자들의 해석에 길들여진 고막은 변방 연주자들의 전혀 다른 소릿결에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듯한 충격을 받는다. 요즘 시대에 '변방'이라는 단어는 매우 시대착오적이지만 분명한 사실은, 연주자의 태생 지역이 작품 해석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이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정서적 요소이다.


제21 변주 '샤콘느'에서 잠시 템포를 늦추고 미니멀리즘 세계의 심연으로 안내한다. 짧은 휴식을 마친 그는 다시 서서히, 때론 급격하게 가속 페달을 밟는다. 올라프손의 청명한 타건과 명징한 음색은 쾌속의 움직임에도 귓가에 오롯이 와닿는다. 바흐는 평생을 독일에서만 머물렀으나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의 음악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그렇게 평생 동안 범 유럽적 음악을 추구했지만 '바흐는 역시 바흐'이다. 바흐의 음악에 자신만의 색채를 입히는 과정을 거치면 이처럼 '새로운 바흐'가 탄생하는 것이다. 올라프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그래서 강력한 존재의 의미를 부여받는다.


제29 변주의 충격적인 스피드와 장쾌한 폭발력은 마지막 30 변주로 이어지면서 삶의 아쉬움과 여운으로 승화된다. 이는 올라프손이 최후의 순간까지 아껴온 응축된 환희를 짧은 순간에 효과적으로 터뜨리는 충격요법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젊은 연주자가 쏟아내는 열정과 힘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는 바흐이기에 더욱 경이롭다. 마지막에 다시 반복되는 '아리아'가 차분하게 인생을 마무리하는 황혼의 순간을 묘사한다. '모든 것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진리를 바흐는 자신의 음악으로 설파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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