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마스 바샤리와 유리 아로노비치의 연주는 어쩌면 가장 정석에 가까운 유려하면서도 안정적인 라흐마니노프의 전형일 것이다. 겉멋을 부리지도 않으면서도 매 순간이 진중하고 학구적이다. 그러나 그 이면엔 심플한 해석과 친근감이 넘치는 뜻밖의 반전이 담겨있는 연주이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 & 3번>은 사실 결정반이 존재하지 않은데 그만큼 널리 알려진 명곡이면서 수많은 연주자들이 매번 도전하는 작품이지만 딱히 이거다 싶은 음원이나 공연은 만나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 실연에서 호연을 만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굳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결정반 중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자면, 타마스 바샤리와 유리 아로노비치, 런던심포니의 연주를 꼽고 싶다. 내 인생에서 이 작품과의 첫 만남이 이루어진 음반인 탓은 아니다. 모두가 공감하는 중용적인 접근과 모나지 않은 자연스러움의 정점을 느낄 수 있는 연주는 이 음원 말고는 없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설령 존재한다 해도 이들이 들려주는 담백한 감수성과 한없이 평화롭고 낭만적인 연주는 발견하기 쉽지 않다. 각각의 장단점이 담긴 연주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올 때 우리는 그들이 전하는 각기 다른 언어와 감수성을 흡수하고 만끽한다면 그로서 충분하지 않을까. 꼭 최고의 연주를 찾을 필요는 없다. 내 마음이 자연스레 열리며 부드럽게 포용하는 그 순간만을 기억하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