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벨 파우스트와 베를린고음악아카데미의 <J. S.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1~6번>은 수많은 디스코그라피 중 단연 첫 손에 꼽을만한 눈부신 음원이다. 고금의 다양한 시대음악 연주가 존재하지만 이 연주처럼 온전한 옥석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이자벨 파우스트가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 파르티타>를 녹음했던 "잠자는 미녀" 스트라디바리우스의 강렬한 텐션과 고음역의 소릿결을 선호하는 이라면 이 연주에 사용된 바이올린 "Jacobus Stainer(1658)"의 격렬한 울림이 또 다른 오묘한 매력을 선사할 것이다. (참고로 앙트완 타메스티트의 비올라는 "Gustav Mahler, 1672"이다)
무엇보다 베를린고음악아카데미가 들려주는 확신에 찬 견고하고 촘촘한 앙상블을 빼놓을 수 없다. 독일 본토의 시대음악으로 듣는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진정 압도적인 쾌감과 전율을 안긴다. 감히 이것을 형언할 수 없을 듯하다. "바흐"라는 거대한 존재가 선사하는 음악의 본류 위에 가장 본질에 근접한 후손들의 손길이 살포시 와닿아 어루만지는 음악선율은 비록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어도 본능적으로 다가오는 타임슬립(Time Slip)의 경험이다. 현대 연주의 세련미가 더해지며 지금 이들을 통해 재현되는 시대적 충만함이 '아버지 바흐'의 부활을 지금의 현실로 생생하게 이끄는 것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