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벨 파우스트의 <J. S.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 파르티타>는 그녀 특유의 정교하고 섬세하며 유연하게 뻗는 프레이징으로 압도적인 스케일을 담아낸 연주이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가 1704년 제작한 바이올린, '잠자는 미녀'로 연주된 음원으로 높은 음역대에서 가슴 시린 차갑고 깨끗한 소릿결을 완전하게 그려낸다. 때론 날카롭고 처절하며, 어느 순간은 소복이 쌓인 눈밭의 정경처럼 서정적이며 낭만적으로 노래하는 파우스트의 마법처럼 불타는 활은 바흐 작품 속에 담긴 모든 '음악의 시'를 깊고 냉정하게 바라보게 한다. 강렬한 몰입의 경지가 모두에게 오롯이 전해지는 전율은 그녀가 듣는 이의 귀를 사로잡는 방식이 옳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자벨 파우스트의 바흐는 그녀가 들려준 여러 레퍼토리 중에서도 가장 본질적인 핵심에 다가선 울림을 지녔다. 이것은 마치 음악을 넘어 영혼의 교감이 교차하는 경지 위에 존재하는 듯하다. 한겨울에 얼어붙은 맑은 호숫가 위를 미끄러지듯 질주하는 스케이터의 날렵하고 강인한 스텝이 그려지는 파우스트의 보잉은 분명 바흐가 그토록 원하던 울림이 바로 여기에 있음을 말해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