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ㅣ베토벤 교향곡 1, 3번

by Karajan

#오늘의선곡


L. v. Beethoven

Symphony No.1 Op.21

Symphony No.3 Op.55 "Eroica"


Nikolaus Harnoncourt

Chamber Orchestra of Eur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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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mberOrchestraofEurope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유럽챔버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교향곡"은 단아하고 깔끔한 사운드 위에 절도와 세련미, 그리고 단호한 확신과 믿음으로 가득하다. 특히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은 고금의 모든 디스코라피 중 단연코 첫 손에 꼽아도 손색이 없는 가장 빛나는 명연이다.


시작부터 쾌속의 템포를 기반으로 조금의 주저함도 없는 아르농쿠르의 확고한 지휘봉은 분명 '유쾌, 상쾌, 통쾌'의 완벽한 전형이다. 고독하고 심각한 무게감을 벗어던지고 자유의 날개로 해 질 녘의 창공을 나는 새처럼 베토벤의 음악 위를 찬란히 누빈다. 반복구도 생략한 채 저돌적인 정공법으로 나아가는 심플한 앙상블은 육중하고 파괴적 해석을 앞세우는 다른 연주들과 지향점이 다르다. 거장 아르농쿠르가 추구하는 베토벤의 관점은 압도적인 공격, 폭발적인 스피드, 그리고 묵직한 중량감 보다 교향곡을 구성하는 소리들을 맛깔스럽게 버무려 각각의 독보적인 식감과 맛을 오롯이 살려내는 것에 중점을 둔다. 상큼한 향신료도 잊지 않는다. 든든한 양은 아니지만 고급스러운 특급 요리를 맛본 듯한 뿌듯한 쾌감을 선사한다.


2악장 '아디지오(장송행진곡)'에서도 밝고 산뜻한 음색이 지속된다. 사실 난 깊이감 있는 2악장을 더욱 신뢰하지만 아르농쿠르만의 세계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아우라가 존재한다. 이어지는 3, 4악장의 가열찬 흐름을 감안하면 2악장이 지나치게 무거울 수 없는 타당한 논리를 가진다. (아르농쿠르에게 '무게감'이란 그리 어울리는 단어는 아니다) 마치 그들에게 "영웅교향곡"은 이미 답이 정해진 고지를 향해 패키지여행을 떠나는 느낌이다. 그러나 상상력을 가로막는 단순한 미션 수행이 아니다.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시작부터 명백히 드러났지만 갈수록 정답을 직접 확인하고픈 강한 욕망을 부르는 오묘한 이끌림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4악장 '피날레'는 웅혼한 영웅적 음향의 강타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으나 아르농쿠르는 적절한 타격과 텐션을 통해 이 연주의 해석에 걸맞은 최적의 흐름을 찾아낸다. 극적 카타르시스는 반드시 강력한 대규모 총 공습 상황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정밀하고 효율적인 세부 묘사와 사운드, 그리고 그들의 성향에 맞는 공격력에서 최적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천국'에 이르는 길이다. 그들은 그들이 가야 할 길을 묵묵히 걸어갈 뿐이고 바로 그 길은 정답이라는 사실을 이 연주는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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