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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jan Mar 31. 2024

주세페 시노폴리ㅣ말러 교향곡 1, 2번

#오늘의선곡


G. Mahler

Symphony No.1

Symphony No.2 "Resurrection" *


Mezzo-soprano/ Brigitte Fassbaender *

Soprano/ Rosalind Plowright *


Philharmonia Chorus *


Giuseppe Sinopoli - Philharmonia Orchestra


#BrigitteFassbaender #RosalindPlowright

#PhilharmoniaChorus #Mahler

#GiuseppeSinopoli #PhilharmoniaOrchestra


지휘자 주세페 시노폴리(Giuseppe Sinopoli, 1946.11.2 ~ 2001.4.20)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지 벌써 23년이 흘렀다. 그가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녹음했던 "말러 교향곡"은 말러 연주사에 대단히 의미 있는 위치에 놓여있다. 시노폴리와 말러 음악의 복합적인 상관관계는 말러리안들에겐 언제나 논쟁과 지지를 불러온다. 동시에 그가 남긴 결과물은 고금의 말러 디스코그라피 중에서도 가장 눈부신 불멸의 업적임을 결코 부정당하지 않는다.


시노폴리의 <말러 교향곡 1번>은 역시 예상대로 그답다. 특히 3악장에서 드러나는 느긋한 템포 위에서 펼쳐지는 그윽한 주정주의 감성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해석의 전형이다. 시노폴리는 그 어느 지휘자와 비교해도 가장 감성적이며 독창적인 사고를 가졌음을 부정할 수 없다. 호불호를 떠나 트로트 스타일의 박자감이 본능적인 인간 내면의 흥을 돋우듯 시노폴리의 접근법은 작위적인 템포 루바토를 구사하면서도 그것에서 거부감을 느낄 수 없는 깊은 호소력을 지니는 오묘함이 존재한다. 이는 4악장의 처절한 흐름 속에서도 오롯이 드러나는데 '숨 막히는 긴 호흡과 단칼에 끊어내는 결단력의 공존'이 완전한 조화를 이루는 최상의 앙상블과 극단적인 해석을 보여준다.


메조소프라노 브리기트 파스벤더와 소프라노 로잘린드 플로라이트를 기용한 <말러 교향곡 2번> 역시 그가 남긴 걸출한 결과물 중 하나로서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휘자 시노폴리와 필하모니아의 말러는 전반적으로 자연스러운 앙상블과 세련된 프레이징을 지녀 감상자에게 편안하게 다가오는 강점이 있다. 유장한 음색과 뛰어난 공간감은 특히 <교향곡 3번>과 <교향곡 8번>에서 깊고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다만 <교향곡 2번> 1악장은 그런 의미에서 다소 무게감이 덜하다는 아쉬움은 있다. 물론 주선율을 조목조목 부각하면서도 균형감과 음색을 빚어내는 테크닉은 탁월하며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2악장 '안단테'는 오히려 강력하고 쾌감이 넘친다. 현이 주도하는 앙상블도 맑고 싱그럽다.


3악장 '스케르초'는 필하모니아의 쾌청한 사운드가 가장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순수하고 해맑은 목관 앙상블은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금관 '템포 루바토'는 목가적 분위기를 고조시켜 절묘한 낭만성을 묘사한다. 아름다운 4악장 'Urlicht'를 노래하는 파스벤더의 목소리는 작품의 성향과 융화되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보다 낭만적으로 접근하거나 명징한 프레이징을 보여줬더라면 어땠을까. 그러나 그 자체로 '시노폴리 말러'의 독특함을 드러내는 확고한 요소이기도 해서 나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5악장 '피날레'는 도입부의 저음현이 짧은 프레이징으로 급발진하는 모습이 정신적 혼란을 안긴다. 그러나 모든 선율을 꾹꾹 눌러 담는 현악군의 진득한 맛도 일품이며 마치 칼을 간 듯한 금관군의 날카로운 음향과 팀파니의 폭발적인 활약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고요하게 합창으로 시작되는 후반 클라이맥스는 지적이고 강렬하다. 그토록 진중하고 성스러운 울림은 말러가 온 인류에게 선사하는 얼마나 위대한 선물이던가. 격렬하고 웅장한 총주 위에 합창단의 음향 폭풍이 결합되어 형성되는 카타르시스는 달리 형언할 수 없는 고차원적 쾌감이다. 필하모니아의 음색은 바로 이 순간 빛나는 활약을 보여준다. 인위적인 가학성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고양감은 기나긴 프레이징으로 산뜻하고 고색창연한 코다를 선사한다.


시노폴리의 음악적 해석을 논할 때 '주지주의(主知主義)' - '주정주의(主情主義)'적 관점을 빼놓을 수 없는데 유독 <교향곡 2번>에서 감정이나 행동보다 지성, 이론, 사유 등의 지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주지주의 경향이 두드러진다. 물론 감상자의 관점에 따라 달리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가 <교향곡 7번>에서 보여주는 극좌 계열의 정치적 스펙트럼을 고려하면 의외의 측면이다. 맹목적인 가치관보다 융통성을 중시하는 관점이라면 분명 최선의 결과이며 시노폴리의 정신분석학적 방향성을 기반으로 지성적인 관점을 접목해 접근한 독특한 해석 방식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이는 그가 지닌 탁월한 음악성과 놀라운 분석력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 그 이상의 의미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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