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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jan Apr 07. 2024

남은 인생 10년 (The Last 10 Years)

#영화리뷰


남은 인생 10년 (The Last 10 Years, 2023)


감독/ 후지이 미치히토


배우/ 고마츠 나나, 사카구치 센타로, 마츠시게 유타카, 쿠로키 하루, 릴리 프랭키 外


#남은인생10년


영화 "남은 인생 10년"은 중학교 동창 마츠리와 카즈토의 맑고 슬픈 사랑을 그린 이야기이다. 스물이라는 나이에 불치병을 얻은 마츠리는 오랜 병원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마츠리는 어느 날 중학교 동창회에서 10년 전 타임캡슐 속 자신의 메시지와 마주한다. "십 년 뒤, 마츠리 너는 소설가가 돼있겠지?" 그날 이후 도쿄에 사는 친구들 넷은 서로에게 깊은 우정을 쌓아간다.


실직과 실패로 자신의 삶을 포기하려는 카즈토, 그에게 다시 살아갈 이유가 된 마츠리, 그러나 그녀의 병은 점점 깊어만 간다. 어쩌면 이 영화는 진부한 일본식 스토리의 전형적 흐름을 보여주지만 그런 진부함을 맑고 애틋하게 이끌어낸 후지이 미츠히토 감독의 깊은 감성은 관객들을 오롯이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마츠리를 연기하는 고마츠 나나의 눈빛은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게 만드는 강한 흡인력을 지녔다. 그녀의 애절한 슬픔에 가슴이 저려오는 내적 공감의 순간은 역설적으로 진한 행복감을 불러왔다. 이는 죽음이 가져오는 서글픈 사랑의 결말이 내면의 정화를 안기주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에게 존재의 이유가 되어준 두 사람의 아픈 사랑은 우리의 삶에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 소중한 존재가 나의 삶을 지탱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한다. 여러 모습의 사랑이 우리를 기쁘게, 때론 고통스럽게도 하지만 결국 사랑만이 우리를 치유하며 진정한 평안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이 영화는 말해주고 있다. 마츠리의 유작이 된 소설 속 한 구절은 카즈토의 마음으로 하나가 된 관객들에게 슬픈 사랑의 여운을 오래도록 가슴 한편에 머물게 한다.


흩날리는 벚꽃잎들 사이로 그들이 거닐던 모습은 언제나 봄날이 되면 잊히지 않을 장면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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