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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jan Apr 08. 2024

마리스 얀손스ㅣ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

#오늘의선곡


D. Shostakovich

Symphony No.7 Op.60 "Leningrad"


Mariss Jansons

Leningrad Philharmonic Orchestra


#MarissJansons #Shostakovich

#LeningradPhilharmonicOrchestra


M. T. 앤더슨의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에는 스탈린 치하에서 소비에트 연방이 겪었던 가장 비극적인 역사, "레닌그라드 전투"의 참상이 적나라하게 서술되어 있다. 그리고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가 작곡되는 과정들을 낱낱이 전하고 있다. 나치 독일군의 침공으로 포위된 레닌그라드, 그 혹독한 전쟁 속 기아에 허덕이는 시민들, 처참하게 부서져간 비극의 순간에서도 <레닌그라드 교향곡>을 완성해 초연하기까지 처절했던 과정은 차마 여기에 모두 서술할 수 없을 만큼 잔인했다.


레닌그라드 공연은 예프게니 므라빈스키와 레닌그라드 필하모닉의 연주로 이뤄졌고 그와 동시에 서방 세계에도 교향곡의 악보가 마이크로필름으로 수송되어 아르투로 토스카니니가 지휘하는 NBC심포니의 연주로 미국에서 연됐다. 사실 마리스 얀손스는 므라빈스키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지휘자이지만 이 교향곡의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인 레닌그라드필과 함께 매우 기념비적인 음원을 완성했다. 거칠고 투쟁적인 해석과 거리가 먼, 유려하고 지극히 낭만적인 접근법을 보이지만 역사적인 측면보다 음악적 아름다움을 강조한 연주도 분명히 의미가 있다. 특히 얀손스만의 앙상블을 다루는 탁월한 능력은 감탄을 자아낸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화학반응은 바로 이런 순간 폭발적으로 발현된다. 강렬한 합주보다 절대음악적 감성이 얼마나 큰 카타르시스를 안기는지 이들의 연주는 맹렬히 증명하고 있다.


우리가 쇼스타코비치를 만나면 언제나 기대하는 충격의 역치가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없다. 바로 이들처럼 철저히 예술로 승화시키는 연주는 그 자체로서 강한 설득력이 있다. 물론 이 음원 역시 충분히 강렬하고 파괴적인 피날레를 들려준다. 그러나 중요한 건, 연주가 이루어지는 과정들 속에서 우리에게 전해지는 음악적인 감흥이다. 당신도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이 주는 또 다른 단편을 이들의 연주를 통해 오롯이 느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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