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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jan Apr 11. 2024

세뮤온 비치코프ㅣ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

#오늘의선곡


D. Shostakovich

Symphony No.7 Op.60 "Leningrad"


Semyon Bychkov

WDR Sinfonie-orchester Köln


#SemyonBychkov #Shostakovich

#WDRSinfonieorchesterKöln


세뮤온 비치코프, 서독일방송교향악단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는 명징하고 깔끔한 앙상블과 세련된 사운드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음원이다. 그러나 쇼스타코비치가 반드시 소비에트 시대 음악의 투쟁적인 틀 안에 직면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비치코프는 그런 강박에서 벗어나 독일 악단의 음색을 입혀 낭만적 색채, 고풍스러운 서정을 담아 도시적인 느낌의 <레닌그라드>를 창조해 냈다. 특히 3악장과 4악장의 현악 파트는 상큼한 기운마저 감돈다. 절대음악이 추구해야 할 기본 자세는 '음악에 대한 미학적 접근'이다. '레닌그라드 전투'가 지닌 역사성과 그날의 참상은 음악에 내재된 관념이고 음악의 아름다움은 다른 관점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 비치코프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에 로맨틱한 감성과 소리의 울림에 보다 애정을 쏟은 결과물이라 생각된다.


말러나 브루크너에 대한 접근법과 달리 쇼스타코비치는 본질적이며 원색적인 방식으로 다가가는 음악이 아닌가 싶다. 본능적인 파괴력과 원시적인 단선율의 진행방식이 막강한 쾌감을 불러오는 음악이기에 비치코프의 접근은 흉포한 러시안 스타일의 연주와 비교해 보다 예술적으로 정제된 음악의 미학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코다의 광기 어린 융단폭격은 섬세한 통제 통해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 비치코프의 예술적인 파괴력이 얼마나 놀라운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는지 새삼 감탄스럽다. 공허할 수 있는 음원의 한계를 오래도록 다시 듣고 싶게 만드는 '그만의 마법'이 바로 이런 것이라면 나는 그에게 형언할 수 없는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싶다. 그의 음악은 쇼스타코비치와 만나 최상의 형태로 귀결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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