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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jan Apr 12. 2024

이자벨 파우스트ㅣ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21번 外

#오늘의선곡


W. A. Mozart

Violin Sonata No.23 K.306

Violin Sonata No.21 K.304

Violin Sonata No.35 K.526


Violin/ Isabelle Faust

Fortepiano/ Alexander Melnikov


#IsabelleFaust #AlexanderMelnikov #Mozart


이자벨 파우스트, 알렉산더 멜니코프 콤비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는 언제나 변함없는 그들만의 숨결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정갈하고 고혹적인 연주를 들려준다. 무엇보다 멜니코프의 포르테피아노는 우리를 '모차르트 시대'로 되돌리는 경이로운 마법을 선사한다.


파우스트의 곱고 시원스러운 해맑은 소릿결은 장쾌함을 넘어 가슴을 울리는 전율을 안긴다. 모든 곡이 그렇지만 특히 <바이올린 소나타 21번 K.304>는 그들의 연주력이 가장 빛을 발하는 수연이다. 봄날의 신록이 비를 머금은 잿빛 구름과 마주하는 오묘한 형국이다. 작품에 내재된 슬픔과 눈물이 맑고 싱그러운 사운드와 어우러져 통곡을 자아내는 것이다. 정공법을 선택했던 안네 소피 무터와 램버트 오키스의 연주와는 완전한 대척점에 놓여 있는 음원이다. 그러나 두 연주 모두 이 작품의 궁극적 심연에 오롯이 도달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목표를 이루는 기적'을 선사한다. 누군가의 접근법이 반드시 더 올바른 선택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중기에서 후기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바이올린 소나타 35번 K.526>에 담긴 품격은 이전의 소나타에서 만날 수 없는 거장적 중후함을 선사한다. <바이올린 소나타 23번 K.306>의 '생기 넘치는 발랄함'이 이 시기로 넘어오면서 깊이감까지 갖춘 굵고 탄탄한 구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모차르트의 음악에서 이토록 다채로운 표정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파우스트에게 모차르트는 바로크와 고전, 낭만주의 음악에 이르기까지 거침없이 펼쳐냈던 그녀만의 명징하고 고혹적인 보잉이 완전무결한 해석을 이뤄낸다는 것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증거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멜니코프는 완벽함에 최후의 방점을 찍는 최적의 파트너이자 절대적 필요충분조건이다. 그들이 이뤄가는 경이롭고 폭발적인 앙상블을 음악을 사랑하는 모두가 누릴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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