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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jan Apr 14. 2024

세뮤온 비치코프ㅣ말러 교향곡 3번 外

#오늘의선곡


Gustav MahlerㅣSymphony No.3 *


York HöllerㅣDer Ewige Tag (The Eternal Day) für Chor, Orchester und Elektronik


Contralto•alto/ Marjana Lipovsek (4 & 5th mov.) *

Solo Trombone/ Timothy Beck (1st mov.) *

Solo Posthorn/ Peter Mönkediek (3rd mov.) *


WDR Rundfunkchor Köln

Mädchen und Knaben der Chöre am Kölner Dom


Semyon Bychkov

WDR Sinfonie-orchester Köln


#MarjanaLipovsek #WDRRundfunkchorKöl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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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yonBychkov #Mah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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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Mahler Symphony No.3


1. Kräftig. Entschieden

: 목신이 잠에서 깨고 여름이 행진해 온다


2. Tempo di Menuetto, Sehr mäßig

: 목장의 꽃이 내게 들려주는 것


3. Comodo. Scherzando. Ohne Hast

: 숲의 동물들이 내게 들려주는 것


4. Sehr langsam. Misterioso

: 인류가 내게 들려주는 것


5. Lusig im Tempo und keck im Ausdruck

: 천사가 내게 들려주는 것


6. Langsam. Ruhevoll. Empfunden

: 사랑이 내게 말하는 것


세뮤온 비치코프, 서독일방송향의 <말러 교향곡 3번>은 묵직하고 단단한 연주이다. 어느 부분 소홀함 하나 없는 정직하고 진중한 앙상블이 100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변함없이 흐른다. 그들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이 강철 같은 무게감을 지녔듯 말러 교향곡도 강렬하고 뜨겁다.


러시안 감성과 독일적인 서정이 융화되어 예술로 승화된 이들의 연주는 실로 경이롭다. 어떤 순간도 비치코프의 지휘봉은 숨 막히는 철저한 호흡으로 장엄하고 격정적인 서사를 보여준다. 1악장 도입부의 혼 주제부는 '비치코프 말러'가 어떤 모습으로 향할 것인지 명백하게 선전포고를 한다. 금관, 저음현의 육중한 중량감은 시종일관 심리적, 물리적인 압박을 가하지만 부담스럽거나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이 작품이 추구하는 이상향에 성큼성큼 다가가는 느낌이다. 서두르지 않는 템포, 명징한 표정을 짓는 날렵한 현악의 움직임, 진중하게 울부짖는 금관과 목관의 날카로운 포효는 말러가 원했던 음악적 방향성을 확고하게 드러낸다. 러닝타임 [35:12]의 거대한 1악장은 범우주적인 세상으로 우리를 흡입하는 듯하다. 리카르도 샤이의 말러도 이처럼 압도적이지 않기에 마치 대혼돈의 카오스 속에서 갈 길을 찾아 방황하는 먼지가 된 듯하다.


2, 3악장은 거대한 혼란에서 벗어나는 벅찬 탈출구이다. 분위기 반전이나 음색의 변화는 없지만 첫 악장 코다가 격렬하게 빅뱅을 이루고 찾아오는 싱그러움이 선율 속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아련하게 들려오는 포스트혼 솔로의 성스러운 '광야의 팡파르'는 우리가 말러 음악에 심취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진득하고 느린 템포가 아쉬움을 주는 면도 있지만 우리가 지구의 자전 속도를 느끼지 못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음악은 변함없이 그렇게 흘러간다.


콘트랄토 마리야나 리포브섹의 독창은 두터운 음색 위에 깊은 울림을 지녀 목관의 앙상블과 유기적인 어우러짐을 선사한다. 그녀가 '천사의 합창'과 함께 아련히 사라지면 '말러 아다지오'의 가장 아름다운 결정체, 6악장 "사랑이 내게 말하는 것"이 고막을 통해 가슴을 진동한다. 무엇이 이토록 격렬한 통곡을 극적 환희로 승화시키는 것인가!! 그러나 비치코프의 접근법은 담담함을 전면에 내세운다. 연주자가 울어야만 더 큰 감정이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묵묵히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벅차오르는 슬픔이 극대화된다. 마지막 클라이맥스로 치달으며 오케스트라 총주가 모든 에너지를 쏟아낸다. 코다의 순간은 언제나 가슴을 뜨겁게 한다. 두 대의 팀파니가 격렬히 진동하고 금관이 울분을 내뿜으면 비치코프 스타일의 엑스터시가 장쾌한 쾌락을 안기며 기나긴 여정은 종결된다.


York Höller

Der Ewige Tag (The Eternal Day) für Chor, Orchester und Elektronik


독일 작곡가 요르크 횔러(1944~ )의 "영원한 날"은 합창, 오케스트라, 그리고 전자악기를 위한 작품으로 현대음악 특유의 불협화음과 난해한 공식으로 가득하지만 작품 속 일부에 <말러 교향곡 7번>의 2악장 '밤의 노래'와 , 3악장 '스케르초'의 선율을 인용해 대단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어떤 부분에선 스트라빈스키도 다소 느껴지나 그리하면 인용의 범위에 끝이 없다. 확실한 건, 선율적으로 말러의 교향곡을 곡의 요소와 분위기에 적절히 녹여내 흡수했고 현대음악적 장점이 더해져 신선한 난해함을 선사했다는 점일 것이다. 이 작품 또한 당신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히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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