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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jan Apr 28. 2024

이병욱-인천시향ㅣR. 슈트라우스 & 브루크너

#실황중계리뷰


이병욱-인천시향ㅣ2024년 교향악 축제 "The Wave"


4.28(일) / 17:0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Soprano/ 황수미


#공연리뷰 #황수미 #이병욱 #인천시립교향악단


리하르트 슈트라우스ㅣ"네 개의 마지막 노래"


소프라노 황수미는 굵고 밀도가 높은 목소리를 지녔다. 드라마틱하고 고혹적인 질감이 가곡이 아닌 마치 오페라 아리아를 방불케 한다. 사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네 개의 마지막 노래"는 맑고 청아하며 우수에 젖은 느낌이 중요한 작품이기에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이질감이 있다. 이병욱이 지휘하는 인천시향의 반주는 묵직하고 단단한 힘이 느껴진다. 지극히 낭만적인 감성이 가슴을 울리는 곡이지만 이들의 연주는 직설적이면서도 두터운 음색과 따뜻한 접근법으로 다가온다. 소프라노 황수미가 헬무트 도이치의 피아노 반주로 노래하는 영상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감성으로 작품을 해석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연주자 자신의 경험적 축적이 쌓인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마지막 4곡인 "저녁노을"에서 목관의 투박한 바이브레이션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인천시향의 움직임은 섬세함 보다 덤덤한 서포트였다는 점에서 이 곡의 성격에 적합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일부 관객의 눈치 없는 성급한 박수는 여전히 갈 길이 먼 수준 낮은 객석문화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Encore>

R. StraussㅣMorgen "내일"


악장의 바이올린 솔로가 그윽하고 애절한 울림으로 진한 서주를 장식하고 황수미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감싸안는 음향적 조화는 참 훌륭하다. 어쩌면 앙코르 연주로 가곡 "Morgen"은 <네 개의 마지막 노래>에 이어지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안톤 브루크너ㅣ교향곡 7번


1악장은 빠른 템포로 다소 서두르며 나아가는 느낌이다.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은 전투적인 앙상블로 연주되는 경향이 있지만 템포는 지휘자의 절대적 권한으로 이병욱 스타일이 1부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보다 브루크너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것 같다. 그러나 1악장의 후반부는 템포 루바토로 완벽한 급반전을 보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코다의 마무리는 텐션이 급격히 떨어져 아쉬움이 컸다.


2악장 '이순신 테마'는 유려하면서도 격렬하게 몰아치는 파도처럼 감정적인 흐름과 낭만성을 무난하게 소화하는 느낌이다. 현악군의 앙상블은 고혹적인 울림으로 탄탄한 흐름을 보여줬고 듬직한 저음현 위로 날카로운 고음현이 인상적인 대비감을 선사했다.


3, 4악장은 각 파트의 기량 수준이 본격적인 안정 궤도에 올라서며 그들 본연의 고유한 해석을 보여주고 있다. 날 것 그대로의 음색은 라디오 중계의 질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기에 정확하게 판단할 순 없지만 정제된 사운드로 연주되는 음반 상의 브루크너가 아닌, 현장의 소릿결이 전파를 통해 전달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거친 질감들이 실제 객석에서는 어떤 감흥으로 스며들었을지 모르겠다. 뜨거운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코다의 폭발적인 총주부는 긴 호흡으로 장엄하게 마무리됐다. 인천시향의 연주력이 평소 어떤 수준을 보여주는지 모르겠지만 많은 연습량과 성실한 앙상블이 대단히 준수한 브루크너를 만들어낸 것 같다. 브루크너는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수준이 온전히 드러나는 작품이기에 오늘 인천시향의 연주는 칭찬받아 마땅하리라. 지휘자 이병욱에게도 깊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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