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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jan Apr 28. 2024

사이먼 래틀ㅣ시벨리우스 교향곡 5번

#오늘의선곡


J. SibeliusㅣSymphony No.5 Op.82


Simon Rattle - Berliner Philharmoniker


#SimonRattle #Sibelius

#BerlinerPhilharmoniker


사이먼 래틀의 시벨리우스는 서늘한 북구의 한기를 느낄 순 없지만 핀란드 대자연의 황홀한 낭만으로 가득하다. 래틀은 작품에 내재된 온도를 발트해 연안에서 북독일과 영국 사이의 북해 연안으로 옮겨놓았지만 모두가 차가운 시벨리우스를 원하는 것은 아니기에 뭔가 새로운 차원의 해석을 들려준다. 음악 자체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접근방식은 이질적이면서도 친근하다.


시벨리우스 교향곡으로 만나는 래틀의 지휘는 그 오묘한 항해를 이끄는 행복한 선장의 모습에 취하게 된다. 이는 이전 작품보다 <교향곡 5번>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후기 교향곡으로 넘어가는 길목의 이 작품은 핀란드의 대자연 그 자체를 고스란히 담아낸 곡으로 시벨리우스 교향곡의 결정적인 기준점이 된다. 래틀은 지금까지의 모든 연주 중 가장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그의 음악적인 세계는 북유럽 어딘가에 놓여있지만 이토록 깊게 시벨리우스를 대하는 자세는 마치 그가 말러를 지휘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장쾌한 1악장에 이어지는 제법 빠른 템포의 완서악장은 강한 긴장감 속에서도 아련하고 낭만적이다. 피날레 악장은 장엄하고 거대한 공간미를 갖춘 와일드한 스케일과 진한 음향으로 래틀 & 베를린필 콤비의 독보적 장점을 극대화한다. 코다의 독특한 악상은 북해를 거쳐 런던까지 무사히 항해를 마치고 당당하게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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