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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jan May 03. 2024

운동주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드려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엽어집니다.

도로 가 드려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윤동주 [자화상(自畵像)], 1939년 9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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