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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jan May 05. 2024

베르나르트 하이팅크ㅣ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3번

#오늘의선곡


D. Shostakovich

Symphony No.13 Op.113 "Babi Yar"


Bass/ Marius Rintzler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Choir


Bernard Haitink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MariusRintzler #BernardHaitink #Shostakovich

#RoyalConcertgebouwOrchestra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로열콘세르트헤바우오케스트라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전곡>은 투박하고 전투적인 원조 러시안 스타일과 대척점에 있는 연주로 단정하고 섬세한 앙상블과 담백하고 격조 높은 사운드를 들려준다. 특히 <교향곡 13번 "바비 야르">는 하이팅크 예술의 최정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뜨거운 명연이다. 이 작품 외의 다른 교향곡은 이처럼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하는데 하이팅크 특유의 해석은 절제와 중용을 중심으로 기본기에 충실한 앙상블에 확고한 초점을 두고 있기에 격정적인 폭발력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바비 야르"만큼은 하이팅크 자신의 고유한 음악적 가치관을 내려두고 온전히 감성에 충실한 무자비한 융단폭격을 선사한다. 본성을 숨겼으나 때때로 강력한 하이팅크의 음악철학이 연주에 적확하게 반영되는 과정의 연속이기에 이 음원에서 하이팅크 음악 해석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새삼스레 재발견할 수 있다는 점은 대단히 큰 의미를 지닌다.


베이스 마리우스 린츨러는 러시안 성악가와 다른 중후한 음성과 정제된 발성으로 깊은 인상을 준다. 혼란스럽고 불안한 도입부 선율은 남성 합창단의 확고하고 저돌적인 앙상블에 탄탄하게 어우러지는 하이팅크, RCO의 기민한 서포트로 믿음직한 흐름을 이어간다. 시종일관 이어지는 종소리는 <교향곡 11번 "1905년">의 코다에서 강렬하게 충격을 안기는 경종이 연쇄적으로 가슴을 후벼 파는 듯한 서늘함을 선사한다. 쇼스타코비치의 후기 교향곡은 이전 작품들을 절묘하게 오마주 하면서 한층 깊어진 아우라를 담아낸다. 작곡가 스스로가 본인의 음악을 새로운 시각, 분위기로 작품에 품는다는 것은 말러가 자신의 가곡들을 심포니에 절묘하게 포용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만의 독창적인 음악성을 작품 속에 융화하는 것은 연주자뿐만 아니라 감상자에게도 짜릿한 희열을 가져온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중에서 "바비 야르"가 차지하는 의미는 성악(독창과 남성합창)을 포함하는 교향곡으로서 작품의 규모나 음악적, 구조적 단단함, 그리고 대반전을 이루는 '5악장 피날레의 환희'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4악장에서 남성 합창이 전우에게 외치는 군가를 연상케 하는 비장한 울림이 등장하고 음악이 서서히 사그라지면 가슴 시린 5악장의 아름답고 낭만적 선율이 진한 반전의 엑스터시를 안긴다. 플루트의 독주부 선율은 고혹적이고 탐미적인 환상을 선사한다. 마치 <말러 교향곡 10번>의 5악장 플루트가 전하는 '환상적 카타르시스'를 떠올리게 한다. 이 아름다운 선율을 현의 피치카토로 받는 부분은 "천재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에게 찬탄을 금하기 어렵다. 후반부에 고음 현의 보잉으로 다시 이 주제가 등장한다. 아련하게 울리는 종소리가 조용하게 어우러지며 대곡의 코다는 아스라이 종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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