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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jan May 21. 2024

마이클 틸슨 토머스ㅣ말러 교향곡 3번

#오늘의선곡


G. Mahler

Symphony No.3

Kindertotenlieder *


Mezzo-soprano/ Michelle DeYoung


Pacific Boychoir

San Francisco Girls Chorus

Women of the SFS Chorus


Michael Tilson Thomas

San Francisco Symphony Orchestra


2002 / 2001* San Francisco Live Recording


#MichelleDeYoung #PacificBoychoir

#SanFranciscoGirlsCho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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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TilsonThomas #Mah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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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Mahler Symphony No.3


1. Kräftig. Entschieden

: 목신이 잠에서 깨고 여름이 행진해 온다


2. Tempo di Menuetto, Sehr mäßig

: 목장의 꽃이 내게 들려주는 것


3. Comodo. Scherzando. Ohne Hast

: 숲의 동물들이 내게 들려주는 것


4. Sehr langsam. Misterioso

: 인류가 내게 들려주는 것


5. Lusig im Tempo und keck im Ausdruck

: 천사가 내게 들려주는 것


6. Langsam. Ruhevoll. Empfunden

: 사랑이 내게 말하는 것


'마이클 틸슨 토머스의 말러'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는 뭐라 표현할 길이 없는 단단한 신뢰와 확신에 기인한다. 그가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구축한 말러의 위대한 유산은 그 어떤 찬사도 아깝지 않은 결과물이다. 무엇보다 <말러 교향곡 3번>은 그가 어떤 시각으로 이를 바라보는지 담담하고 명징한 필체로 보여주는 기록이다.


그래, 바로 그것이다. 마이클 틸슨 토머스의 담담하면서 날카롭고, 여유로우면서 장쾌하게 부서지는 그 폭발적인 담백함에 속수무책 빠져드는 것이다. 그의 말러는 온갖 역설과 반전이 난무한다. 그러나 언제나 '기본'과 '예의'를 갖추고 관객을 대한다. 말러를 꿰뚫는 그의 깊은 혜안은 악보 위의 음표를 단순한 기호로서가 아니라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으로 이끈다. 마치 한 편의 대서사시를 히 펼쳐내는 듯하다. 36분이 넘는 1악장에서 그만의 해석은 강렬한 빛을 발한다. 이토록 시원스럽고 깔끔한 연주도 그리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단순한 엑스터시를 넘어서, 말끔하게 속이 풀리는 황태해장국 같은 개운함이다.


2악장은 서정미 가득한 세계를 낭만적인 터치로 그려내 드넓은 들판에 펼쳐진 야생화의 물결을 연상하게 한다. # 그가 펼쳐내는 진중한 붓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황홀경을 자아낸다. 3악장 포스트혼의 깊은 울림은 새벽녘 차가운 공기를 뚫고 퍼지는 안개처럼 가슴이 시리다. 그 '고요한 평화'는 오히려 쓰리고 아프다. 담담했던 이별의 순간이 불현듯 심장을 뚫고 나와 통렬한 고통을 안긴다. 그리고 다시 나를 포근히 감싼다. 이것은 더 잔인한 칼끝이 나를 엄습하는 듯하다. 이 오묘한 통증은 미처 대처할 수 없는 불가항력이기에 더 두렵고 슬프다.


메조소프라노 미셀 드영은 무겁고 우울한 잿빛 음색으로 노래한다. 그러나 이면에는 따스한 위안을 지녔다. 깊고 사색적인 그녀의 독백은 천사들의 합창으로 이어지면서 투쟁적으로 흐른다. 그러나 분명 고혹적이며 아름답다. 6악장 피날레가 그들 목소리를 뒤로 하고 짙은 안개처럼 서서히 살갗에 스며든다. 사랑이 내게 속삭인다. 지난날 행복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내 곁을 홀연히 떠나가며 이젠 모든 미련을 버리고 각자의 삶을 살자고 말한다. 과거를 잊고 현재를 살자고 한다. 해맑게 외치는 트럼펫 솔로의 숨결은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답다. 현악의 거센 물결이 금관군의 뜨거운 외침과 융합되면서 격렬한 불꽃으로 산화된다. 단호하게 타격하는 팀파니의 포효가 기나긴 말러의 여정을 종결짓는다. 상실의 순간은 분명 고통스럽지만 이별은 모든 인간관계의 본질이다. 그러나 말러의 시간은 영원할 것이다. 그래서 말러는 나의 삶의 유일한 위안이자 희망의 등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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