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rajan May 22. 2024

클라우디오 아바도ㅣ말러 교향곡 3번

#오늘의선곡


G. MahlerㅣSymphony No.3


Contalto/ Anna Larsson


London Symphony Chorus

City of Birmingham Symphony Youth Chorus


Claudio Abbado - Berliner Philharmoniker


1999 London Live Recording


#AnnaLarsson #Mahler

#LondonSymphonyChorus

#CityofBirminghamSymphonyYouthChorus

#ClaudioAbbado #BerlinerPhilharmoniker


클라우디오 아바도, 베를린필의 1999년, 로열 앨버트홀 실황 <말러 교향곡 3번>은 운명적인 첫 만남이자 뜨거운 첫사랑이었다. 약 98분의 장대한 러닝타임 내내 미동도 없이 얼어붙어 감당조차 어려운 거센 돌풍 같은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6악장 피날레가 장엄하게 흐르고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두 뺨을 타고 내렸던 그날의 벅찬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내게 날카롭게 다가왔던 이 연주는 오래전 누군가에게 떠나보냈지만 난 이 연주를 들을 때마다 트라우마처럼 그때의 그 순간이 떠오른다. 그래서 나는 이 연주를 솔직하게 평가할 수 없다. 뜨거운 눈물로 성령강림을 맞이했던 강렬한 기억이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로열 앨버트홀의 특성상 드러나는 음향적인 난점이 가감 없이 포착돼 연주 자체의 퀄리티보다는 불가항력의 상황을 보완하지 못한 프로듀싱과 홀사운드의 한계가 이 음원의 결정적 단점이다. 이는 역으로 실황 음원의 거친 질감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깊은 장막처럼 따스한 위안을 준다. 특히 3악장의 포스트혼 솔로는 아련하고 몽환적인 음향 효과가 극대화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음원 자체의 감도가 너무 낮아 이런 부분은 볼륨을 높게 올려야 한다. 안 들리는 만큼 놓치는 부분도 많고 작품 자체의 인토네이션이 워낙 다채로워 음향적인 조절에는 애로점이 상당히 많다. 이토록 막대한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연주를 들을 수밖에 없는 건, 우리의 첫사랑은 언제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가슴을 울렸던 그날의 기억은 영원토록 나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 순간을 언제까지나 잊을 수 없듯이.

작가의 이전글 마이클 틸슨 토머스ㅣ말러 교향곡 3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