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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jan Jun 23. 2024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ㅣ말러 교향곡 9번

#오늘의선곡


G. Mahler

Symphony No.9

Kindertotenlieder

Rückert Lieder


Mezzo-soprano/ Christa Ludwig


Herbert von Karajan - Berliner Philharmoniker


1979-1980 Recording


#ChristaLudwig #HerbertvonKarajan

#Mahler #BerlinerPhilharmoniker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베를린필하모닉의 <말러 교향곡 9번> 1979-1980년 녹음엔 숨겨진 비밀이 있다. 그리고 그걸 아는 이는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번스타인과 베를린필의 1979년 실황 음원도 놀라운 비밀이 있지만 거의 모르고 지나간다. 이 두 거장이 1989년, 1990년, 단 1년 사이에 서로를 쫓아가듯 연달아 세상을 떠난 탓에 이젠 이유를 물어볼 수도 없다. 그저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을 뿐이다. 들으면 스치듯이 사라질 작은 실수이지만 이 음원의 3악장 4분 25~30초 사이에 클라리넷 솔로가 악보대로 연주하지 못하고 이상하게 흘러가는 부분이 있다.(생각보다 확연히 드러난다) 번스타인은 4악장 후반부에 악보상 명기된 트롬본이 나오지 않는다.(이것은 인지하기 매우 어렵다) 번스타인은 실황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지만 카라얀의 연주는 왜 이 부분이 수정되지 않았는지 딱히 이해할 수 없다. 당사자의 해명을 들을 수 없으니 일단 고이 묻어두자.


카라얀은 <말러 교향곡 4, 5, 6, 9번>과 <대지의 노래>, 가곡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뤼케르트 가곡>을 남겼다. 두 번 녹음했던 <교향곡 9번>은 두 연주 모두 탁월하지만 각 음원이 호불호와 장단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 연주를 더 선호하는데 혼란스러운 두 번째 녹음에 비해 훨씬 정제된 음향과 안정감, 그리고 단단한 합주가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라얀은 작품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 답지 않게 세부를 대충 흘리는 경향이 있고 베를린필 역시 당시엔 자주 연주하지 않아 익숙한 곡은 아니었던 탓이다. 3악장은 이미 언급했듯이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클라리넷 실수가 존재하지만 흠잡을 곳 없는 막강한 폭발력은 만족스럽다. 4악장 '피날레'는 카라얀 특유의 육감적인 질감과 풍성한 사운드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아마도 카라얀은 1982년에 그러했듯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 신들린 지휘봉을 휘둘렀을 것이다. 혼미하고 격정적 순간들이 지나고 극강의 고요가 찾아오면 오로지 <말러 교향곡 9번>에서 느낄 수 있는 떨림과 감동이 물밀듯 밀려온다. 이대로 내 삶이 끝날 것처럼 홀연히 다가오는 죽음의 기운이 온몸을 감싸면 복잡한 현실과 나의 존재를 잊고 오롯이 '말러의 세계'로 푹 빠져든다. 이는 오묘하고 신비로운 순간이다. 카라얀은 바로 한 달 전 이 곡을 연주한 번스타인을 의식했을 테지만 그렇기에 더욱 진한 음향을 뽑아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디스코그라피 중에서도 카라얀의 음원은 그리 중요하게 언급되지 않으나 이 연주가 말러 연주사에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지를 자각할 때마다 소름 돋는다. 아마도 번스타인과 카라얀의 기록은 이후 베를린필에 의해 연주된 모든 말러 음악에 매우 중요한 근간이 됐을 것이 틀림없다. 세월이 지나도 빛을 발하는 연주는 오랜 시간의 흐름을 잠식하고 지배하며 영원한 감동으로 승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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