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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jan Jun 19. 2024

레너드 번스타인ㅣ말러 교향곡 9번

#오늘의선곡


G. MahlerㅣSymphony No.9 

 

Leonard Bernstein - Berliner Philharmoniker 

 

1979 Berlin Live Recording 

 

#LeonardBernstein #Mahler

#BerlinerPhilharmoniker 

 

레너드 번스타인은 자타공인 최고의 말러리안 지휘자이다. 그 자신도 스스로 말러에 빙의했을 만큼 그는 평생 동안 진심을 다해 말러를 지휘했다. 그런 지휘자였던 번스타인이 유독 베를린필을 만날 수 없었던 건,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베를린필의 음악감독,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때문이다. 동시대를 살았던 두 거장은 좀처럼 서로의 포디움을 내주기 싫었던 것 같다. 그러나 번스타인은 그의 생애 단 한번, 베를린필 무대 위에 섰다. 그는 1979년, 베를린 페스티벌에서 베를린필을 지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그때 연주된 작품은 그가 평생 애정했던 "말러"였다.  

 

그 때문일까? 이 음원은 정상적인, 아니 이성적인 해석 선상의 연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많다. '번스타인 말러'의 광적이고 위험천만한 폭주 속에서 '날카로운 첫 키스'의 뜨거운 떨림과 어색함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역설적으로 불안과 긴장감을 동시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오랜 시간 쌓인 서운함을 표출한 것일까? 어쩌면 지극히 의도적이라 생각될 만큼 번스타인의 거칠고 변화무쌍한 해석은 베를린필 단원들을 잔인하게 괴롭히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최선을 다해 '구면이지만 초면'인 이 낯선 지휘자의 의도에 충실히 따른다. 이들은 서로에게 뻔뻔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얻어진 결과물은 대단히 흥미로우면서 위태롭다. 

 

번스타인은 시종일관 강력한 스피드를 건다. 이토록 빠른 템포의 <말러 교향곡 9번>도 결코 흔치 않은데 마치 영화 "매드맥스"를 보는 듯한 광포함은 유일한 번스타인-베를린필 조합의 기록이 모두에게 그토록 간절했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 4악장 후반부엔 번스타인이 거칠게 발을 구르며 강력한 융단폭격을 종용한다. 이것은 광기를 넘어선 광기이다. 번스타인의 말러가 보여주는 모든 요소들을 베를린필을 통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지금 이 순간, 모조리 파괴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결코 정상적인, 통상적인 해석은 아니지만 이 두 존재가 만나게 되면 이토록 폭발적인 화학반응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두 눈과 귀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음원이 지닌 가치는 충분하다. 두 존재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최선의 선택으로서가 아닌, 두 거대한 극단의 힘이 만나면 일어나는 필연적인 결과로써 이 연주를 마주하길 바란다. 초인적인 광기로 점철된 말러를 만나는 충격도,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호흡하는 환희도 모두 충분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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