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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jan Jul 21. 2024

마리스 얀손스ㅣ스트라빈스키 불새 & 봄의 제전

#오늘의선곡


I. Stravinsky

L'Oiseau de feu (1910, re-orchestrated 1919)

Le sacre du printemps (1911-1913) *


Mariss Jansons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2006*, 2007 Amsterdam Live Recording


#MarissJansons #Stravinsky

#RoyalConcertgebouwOrchestra


마리스 얀손스, 로열콘세르트헤바우의 <스트라빈스키 "불새" & "봄의 제전">은 날렵하고 명쾌한 앙상블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는 오히려 얀손스답지 않아 더욱 이색적인데 얀손스가 그간 보여준 모습과 상반된다는 뜻이 아니라, 젊은 시절의 거침없는 패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는 의미이다. <불새>의 선율이 안기는 장대한 쾌감은 얀손스의 섬세한 손길을 만나 '폭발적인 중용'의 의미를 완벽히 묘사한다. 특히 피날레의 현악 앙상블이 보여주는 황홀한 서정성과 뜨거운 고양감은 RCO 특유의 고급 사운드가 진한 엑스터시를 선사한다. 정명훈-바스티유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대척점에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낭만성의 교묘한 동질감을 동시에 지닌 음원이다. 환상적인 코다는 깊은 여운과 쾌감으로 청중들을 폭풍처럼 압도한다. 얀손스가 지난 내한공연에서 바이에른 라디오 심포니와 이 음악을 지휘했던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는 연주이다.


<봄의 제전>이 지닌 '악마적 전위성'과 '난폭한 악상'은 이 곡을 자주 접했던 이에겐 그렇게 느껴지지 않지만 작품 속에 내재된 속성은 부정할 수 없다. 얀손스는 이 '불친절한' 음악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는다. 이는 <불새> 연주와 비교하면 밝고 온화한 해석이라는 의미이다. <봄의 제전>은 날것 그대로 야성적이고 메탈릭 한 방향성과 광포한 연주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데, 앞서 <불새>에서 보여준 중용의 의미에서 오묘한 경계를 넘나든다. 대가의 이토록 미묘하고 아찔한 표현방식 차이를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물론 얀손스의 이 연주가 마냥 로맨틱할 순 없다. <봄의 제전>은 '음울한 잿빛 봄의 역설적 환희 같은 작품'이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기에 더욱 짓누르는 진한 어둠과 우울이 파괴적인 본능을 일깨우는 음악인 것이다. 봄볕을 머금은 짙은 먹구름 사이로 생명이 움트는 소생의 계절, 얀손스는 이 곡에 그만의 온화한 시선을 살포시 담아낸 것 같다. 격정과 분노가 잠시도 나를 놓아주지 않지만 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하면서도 본능을 숨기지 않으며 봄을 즐기는 거장의 해석이 이 음원에 가득 담겨 있다. 적어도 내겐 낭만적인 해석의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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