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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jan Jul 25. 2024

주세페 시노폴리ㅣ말러 교향곡 9번 外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죽음과 변용"

#오늘의선곡


G. Mahler

Symphony No.9


R. Strauss

Tone poem "Tod und Verklärung" Op.24 *


Giuseppe Sinopoli - Staatskapelle Dresden


1997, 2001* Dresden Live Recording


#GiuseppeSinopoli #Mahler #RichardStrauss

#StaatskapelleDresden


주세페 시노폴리,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말러 교향곡 9번> 1997년, 드레스덴 실황연주는 거의 95분에 육박하는 대단히 느린 템포로 진행된다. 시노폴리는 한음 한음 거대하고 진중한 해석을 펼친다. 1악장 도입부터 묵직한 앙상블로 승부하는데 듣는 이로 하여금 상당한 압박감이 느껴질 정도이다. 청중들이 당시 현장에서 감당했을 무게감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일필휘지의 거침없는 흐름과 이토록 무겁게 진군하는 연주는 그 긴 여정 동안 일관된 앙상블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주정주의 해석자, 시노폴리의 지휘는 시종일관 변함없는 해석, 단단한 앙상블을 굳건히 지켜 나간다. 1악장 후반부 금관 파트 연주는 느리고 중후한 템포 때문인지 대부분 연주에서 들을 수 없었던 선율까지 귓가에 선명히 박힌다. 이는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는데 연주자, 감상자 모두에게 상당한 피로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하기도 해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노폴리의 감성 해석은 감상자 코드의 허용 범위 안에 있다면 이보다 더 큰 효과를 주는 연주도 흔치 않을 것이다.


2악장은 템포에 한껏 스피드를 단다. 33분에 이르는 1악장의 러닝타임에 비하면 '스케르초' 악장은 일반적 템포로 진행되는 느낌인데 그럼에도 묵직한 무게감은 변화가 없다. 현악 파트는 한결 쾌속의 청량감이 더해져 상쾌한 보잉을 들려준다. 3악장 '론도' 역시 2악장의 흐름을 이어가며 서서히 스피드를 올린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육중한 잿빛의 음색은 <말러 교향곡 9번>과 묘한 매칭을 이룬다. 주정주의적인 시노폴리의 성향을 중화하는 역할도 하는데 이성을 부여잡는 단원들의 필사적인 강직함은 희미하게 사라지지 않는 단단한 구축미로 승화된다. '템포 루바토'로 고삐를 붙잡는 지휘자와 밀고 당기는 긴장감이 팽팽하게 전개된다. 후반부에 접어들면 이성의 끈을 내려놓고 폭발적 파워로 사정없이 몰아친다. 그 순간은 역설적으로 깊은 환희와 몰입감에 압도된다. 이것은 죽음의 문턱에서 몰아치는 거친 파도처럼 삶의 회한이 밀려오는 순간일 것이다.


마지막 4악장 '아다지오'는 지나치게 슬픔을 쥐어짜지 않는다. 담담한 시선으로 죽음을 관조하는 시노폴리의 감성이 오롯이 드러나는 절제된 현악의 보잉이 오히려 더 큰 감정의 흔들림을 자아낸다. 그가 묘사하는 말러는 먹먹한 슬픔이 깨끗한 내면을 타고 흐르는 진한 눈물처럼 다가온다. 격정으로 온몸이 흔들려 들썩거리는 깊은 흐느낌이다. 소리 내어 고통을 부르짖는 것이 아닌, 애절하나 투박하고 본능적인 슬픔을 담담하게 응시하는, 주름 가득한 얼굴 속에 어렴풋이 비친 옅은 미소처럼, 그렇게 피날레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간다. 그의 묵묵한 발걸음은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난 시노폴리의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마치 이미 그때 자신의 운명을 예견했던 것처럼 서서히 사그라지는 기나긴 침묵의 코다는 객석의 폭발적인 갈채로 더 깊은 여운을 안겨준다. 지극히 시노폴리답게 펼쳐낸 연주가 아닐 수 없다.


<R. 슈트라우스 교향시 "죽음과 변용">은 시노폴리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해인, 2001년 실황을 담은 연주이다. 주세페 시노폴리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카라얀이나 다른 여러 지휘자의 해석과 사뭇 다른 색채감이 있다. 깊고 세련된 소릿결에 억지로 꾸미지 않는 순수한 담백함이 가득하다. 그의 <알펜심포니>나 여러 교향시에서도 느낄 수 있는 특징이다. 이 연주 역시 그만의 인간적인 시선으로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는 솜씨가 경이롭다. 시종일관 어둡고 무거운 카라얀을 떠올려 보면 시노폴리는 서서히 스며드는 밝은 빛줄기를 한껏 느껴볼 수 있다. 피날레에서 몰아치는 가슴 뭉클한 엑스터시와 응축된 고양감은 시노폴리만의 음악세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최고의 장면이다. 뭐라 표현할 길이 없는 환희와 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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