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이 음원을 처음 들었던 순간, 그들의 거대한 스케일에 압도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벅찬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나 오늘 오랜만에 다시 들으니 이 작품을 연주하기엔 함량 미달인 런던필을 지휘자가 멱살 잡고 끌고 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세월의 흐름 속에 같은 연주가 이토록 다르게 다가오는 현실이 새삼 당황스럽다. 이것 봐, 자네들, 정신 차리고 날 좀 따라오게! 텐슈테트는 그들과 사투를 벌이며 애처롭게 절규하는 듯하다. 그러나 끝끝내 그들을 찬란한 승리로 이끄는 노 거장의 모습은 그야말로 당당하다. 진정한 '말러리안 지휘자'의 참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 음원은 이로써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