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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래틀ㅣ말러 교향곡 2번 "부활"

by Karajan

#오늘의선곡


G. Mahler

Symphony No.2 "Resurrection"


Soprano/ Arleen Auger

Mezzo-soprano/ Janet Baker


City of Birmingham Symphony Chorus


Simon Rattle

City of Birmingham Symphony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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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래틀, 버밍험 심포니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은 순도 높은 앙상블과 래틀만의 장쾌한 해석이 만나 기대 이상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1986년 녹음으로 당시 31세 청년 래틀의 패기가 놀랍다. 짙푸른 대평원을 질주하는 야생마가 연상되는 거칠 것 없는 연주로서, 풍성한 음장감, 영국 스타일의 목가적 음색, 그리고 금관의 통쾌한 돌격 모드는 이 연주만의 독보적 강점이다. 놀라운 건, 그의 베를린필 연주도 이 음원의 해석과 대동소이한 방향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1악장 코다의 느린 점층적 타격법이 두 연주에서 흡사한 형태로 구현된다는 사실은 무척 흥미로운 부분이다.


2악장은 저음 현의 유려함에 고음 현의 날렵한 보잉이 접목돼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매우 아름답다. 피치카토의 깔끔한 소릿결, 하프의 깊은 울림, 그리고 바이올린 파트의 사랑스러운 세레나데는 너무 절묘해 말러가 선사하는 완서 악장의 절대적 감동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팀파니의 충격적 강타로 시작되는 3악장은 현과 금관, 목관의 조화가 경이롭다. 오보에, 클라리넷의 목가적 선율은 끊임없이 지저귀는 현악의 움직임 속에서 부드럽게 녹아든다. 평화롭고 싱그러운 아침의 정경 위에 광야의 팡파르가 울리면 대자연의 만물이 소생하는 깊은 해방을 맞이한다. 피콜로가 모든 생명의 시작을 알리고 목관의 향연에 금관군이 합세한 총주는 강렬한 탐탐의 타격으로 뜨겁게 마무리된다.


전설적 메조소프라노 자넷 베이커 독창의 4악장 "Urlicht"는 지극히 평화롭다. 그녀만의 그윽한 목소리는 강력하진 않지만 아련한 울림으로 오랜 여운을 남긴다. 담담한 음성이 불러오는 역설적인 고양감은 때론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오곤 한다. 바로 그 감동은 말러의 의도와 정확히 맞닿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지막 5악장 피날레에 이르기까지 래틀은 얼마나 조바심으로 가득했을까. 응축된 힘을 모조리 불사르기 위해 입을 꼭 다문 그 표정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불과 30대 초반의 그가 이토록 자신감 넘치는 맹렬한 공격성을 보여준다는 건 지금 생각해도 놀랍도록 잔인하다. 불과 6년 전, 25세에 녹음한 <말러 교향곡 10번>의 완성도를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가 유독 강점을 보여줬던 <말러 교향곡 2번 & 8번>, 그중에서도 "부활 교향곡"의 탁월한 퀄리티는 그만의 말러에 대한 높은 이해력과 강한 집념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고요하고 성스러운 합창단의 음성이 고막을 통해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소프라노 아를린 오저의 고음이 극한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자넷 베이커와 융합되는 영롱한 화음은 전율적이다. 두 전설적인 소프라노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놀랍다. 이는 당시 래틀의 아우라를 짐작케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포효하면 성령의 대폭발이 일어난다. 이 땅 위에 강림하신 말러를 향한 찬양이 시작된다. 코다에 이르는 장엄한 성가는 래틀의 이후 녹음들과 놀라운 데자뷔를 이룬다. 이것은 그의 일관된 해석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연주는 그의 굳은 말러관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기록이자 확고한 증거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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