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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선-전주시향ㅣ말러 교향곡 2번 (12.19)

by Karajan

#공연리뷰


성기선-전주시립교향악단ㅣ송년음악회 "부활"


12.19(목) / 19:30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소프라노/ 박미자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전주시립합창단

광주시립합창단

원주시립합창단


지휘/ 성기선

연주/ 전주시립교향악단


G. Mahler Symphony No.2 "Resurrection"

G.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박미자 #김선정 #전주시립합창단

#광주시립합창단 #원주시립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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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향을 가장 잘 아는 지휘자는 전주시향이 <말러 교향곡 2번>을 무사히 연주할 수 있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법이다. 그것은 템포 루바토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정박 정공법'으로 시종일관 밀고 나가는 것, 바로 그것이 현실적 방법인 것이다. 그로 인해 약 80여 분 동안 별다른 큰 실수 없이(그러나 3악장 중반부와 5악장 코다에서 지휘자의 뼈아픈 비팅 실수로 전체 앙상블이 수차례 무너졌다) 연주를 마칠 수 있었다. 루바토가 없는 말러는 대단히 빈약하고 앙상했다. 근육질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깡마른 "부활 교향곡"은 말러 음악의 구조적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내 직관적인 앙상블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오늘 안타까웠던 건, 전주시향의 역량이 아니라 말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지휘자에게 있었다. 과연 이 결과가 전주시향의 앙상블 수준을 고려한 계산된 해석인지, 지휘자의 말러에 대한 몰이해 탓인지 정확히 알 길은 없다. 그러나 후자에 더 심증이 가는 이유는 오늘 있었던 모든 안타까운 순간이 모조리 지휘자 탓이었기 때문이다.


메조소프라노 김선정의 가창은 오늘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특히 4악장 "Urlicht"는 실연으로 경험한 최상의 절창이었다. 소프라노 박미자 역시 만족스러운 노래를 선보였다. 전주, 광주, 원주시립합창단도 고혹적인 소릿결로 5악장 피날레의 숨 막힌 고양감을 한껏 더했다.


다만, 음향반사판이 없는 모악당은 이들의 소리를 모아서 곱게 울려주는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수많은 아름다운 선율들이 차마 꽃 피우지 못하고 처참하게 소멸했다. 미리 예상은 했으나 새삼스레 멘붕이었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은 말러의 소리들을 모조리 먹어치우는 잔혹한 괴물이었다. 반면, 그래서 그들의 연주 중 크고 작은 흠결들이 가려지는 아이러니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요소이다. 때론 단점이 다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심각한 실수가 없었다는 이유로 호연이라 받아들일 수 없는 건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이 전주시향의 <말러 교향곡 2번> 초연임을 감안하면 여느 때보다 수고해 준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그들이 분명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음을 알기에 깊고 애정 어린 위로를 함께 보낸다.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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