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앙 "투랑갈릴라 교향곡">은 거대 관현악과 피아노, 옹드 마르트노(1928년, 프랑스의 발명가 '모리스 마르트노'가 만든 전자 건반악기, 프랑스어 Ondes Musicales, '음악적 파도'란 뜻을 지닌다)가 협연하며 무려 10개의 악장, 80분에 육박하는 대곡이다. 정명훈이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에서 남겼던 수많은 명반들은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빛나는 가치를 지니는데 특히 메시앙의 작품을 (작곡가의 '검증'을 거쳐) 집중적으로 남겼다. 그러한 이유로 메시앙의 의도에 가장 부합하는 공인된 해석이 투영된 음원들이다. 그중에서 <투랑갈릴라 교향곡>은 최상의 퀄리티를 지닌 앙상블과 세련된 음색, 완벽에 가까운 해석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본느 로리오, 잔 로리오 자매가 연주하는 두 대의 건반 악기, 피아노와 옹드 마르트노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협연은 단연코 최고의 감동을 선사한다. 환상적이며 짙푸른 여운을 지닌 시린 음색과 고난도의 테크닉은 기술적 부분과 예술적인 감성을 모두 포괄하는 융합적 결정체이다.
후반부 악장은 프랑스 예술 특유의 인상주의적 요소를 다분히 지녔으면서도 사뭇 러시안 재즈의 느낌이 혼합돼 있다. 게다가 프랑스 작곡가 '앙리 뒤티외(Henri Dutilleux)'의 스타일처럼 강렬하고 장쾌한 쾌감도 담고 있다. 현대음악이 지닌 선율적인 난해함과 무질서한 광포함은 작품의 넓은 바다 한가운데에 푹 빠져있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깨끗하게 잊어지고 만다. 목탁의 끊임없는 울림은 명상과 고요의 이중적인 대비감을 보여주는 듯하다. 죽음의 목전에서 차갑고 맑은 공기가 코끝에 스며드는 생존적 환희, 강렬한 반전의 격한 충격이다. 마지막 '10악장'의 도입은 <레너드 번스타인 "심포닉 댄스">를 적절히 오마주한 뉘앙스를 풍긴다. 거대 관현악의 폭풍 같은 총주, 건반 악기와 어우러지는 재즈적 요소에 더해지는 몽환적 음향은 이 작품이 지닌 가장 우아하고 매력적 요소이다. 코다의 기나긴 총주부는 가슴을 쥐어짜듯 오롯한 엑스터시를 안긴다. 그야말로 최상의 "투랑갈릴라 심포니"를 이들의 음원을 통해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