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스코틀랜드 환상곡>은 정경화를 위해 작곡된 곡이 아닌가 싶다. 만약 브루흐가 생전 그녀를 알았다면 이 작품들을 헌정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당연히 초연은 정경화의 몫이었을 테다. 이 음원을 위해 영국의 악단을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다분히 의도된 계획이었을 것인데, 루돌프 켐페의 따스한 지휘, 로열필하모닉의 명료하고 장쾌한 연주는 브루흐의 작품 스타일에 딱 어울리는 울림과 소릿결을 들려준다. 특히 <스코틀랜드 환상곡>에서 느껴지는 영국적인 악풍과 평화롭고 목가적인 선율은 극히 사랑스러워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정경화의 청아하고 고혹적인 보잉은 그녀가 얼마나 행복한 표정으로 연주하고 있을지 확연하게 보여준다. 그야말로 환희와 영감으로 가득 찬 연주이다.